일상의 풍경을 새롭게 변형시키는 사진ㆍ영상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 임상빈의 국내 첫 개인전 ‘뉴스케이프’(NEWSCAPE)가 가나아트센터 내 갤러리 미루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과 뉴욕의 도시 풍경 시리즈와 정물 시리즈 등 30여 점을 볼 수 있다.
“하루라도 휴대폰과 인터넷이 없으면 불안한 디지털 세대” 라는 그는 디지털 카메라와 스캐너, 컴퓨터로 작업을 한다. 자신의 생각과 시각을 좀 더 분명하게 표현하기 위해 과장과 왜곡, 합성 등 이미지 조작을 적극 활용해서 작품을 완성한다.
이번 전시작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도시 풍경이다. 그는 그곳에서 자본주의적 욕망의 극단을 본다. 고층 빌딩은 실제보다 더 높게 하늘을 찌르고, 대형 백화점은 실제보다 더 거대하게 위압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상업 광고 간판으로 덮인 거리는 바닥이 휘어져 그 복판에 선 사람을 더욱 왜소해 보이게 만든다. 같은 장소에서 연속 촬영한 각각의 장면을 한 화면에 재구성한 것들이다. 같은 방식으로 날카로운 창처럼 뾰족하게, 빈틈 없이 빼곡하게 치솟은 마천루와 초대형 간판으로 꽉 채운 맨해튼 ‘타임 스퀘어’ 사진의 극적이고 과장된 이미지는 보는 사람을 위협하듯 옥죈다. 서울 강남의 코엑스 빌딩은 위로 솟은 건물 이미지를 옆으로 길게 늘인 다음 주변 건물과 하늘, 도로를 오가는 차량 사진과 합성해서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켰다.
정물 시리즈도 사물의 여러 단면을 스캐닝한 뒤 이를 마치 콜라주 하듯이 재구성했다. 바나나, 사과, 포도 등 과일을 평면 스캐너로 스캐닝한 뒤 이를 완벽한 원이나 직선의 형태로 손질한 사진은 금속성 조각 같은 차갑고 고요한 이미지로 전혀 새로운 느낌을 준다.
작은 건축물인 첨성대를 구름을 뚫고 치솟게 높이 늘여 놓거나, 경복궁 경회루를 실제로는 없는 높은 망루 위에 올려 터무니없이 거대한 이미지로 표현하기도 한다. 미국 유학 중인 작가는 가나아트센터가 운영하는 평창동 아틀리에의 첫 번째 입주작가로, 올해 초 석 달 동안 이곳에 머물면서 서울과 지방 도시를 다니며 한국의 풍경 시리즈를 제작했다. 전시는 27일까지. (02)720-1020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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