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인사권을 둘러싼 당청 갈등의 와중에 열린우리당에서도 내전(內戰)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바로 친노(親盧) 대 비노(非盧) 그룹의 대결이다. 한 축은 김근태 의장과 재야파를 포함한 당권파이고, 반대쪽은 노무현 대통령의 직계 그룹이다. 6일 청와대 오찬에서 당청의 갈등이 일단 수면 아래로 잠복했지만, 당내 폭발을 야기할 뇌관은 구체적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근태 의장이 추진하는 사실상의 기간당원제 폐지 및 재계와의‘뉴딜 (New Deal)’을 둘러싼 입장 차이, 노 대통령 탈당 논란 등이 그것이다.
우리당 비상대책위는 4일 기간당원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현행 기간당원과 일반당원(입당원서를 내는 사람)의 명칭을 기초당원과 지지당원으로 바꾸고, 기초당원은 연 3개월 이상 당비납부와 당원연수 등 연 2회 이상 참여한 자 중 한가지만 요건만 충족하면 자격을 얻도록 했다.
이에 대해 당내 친노 직계 개혁당파 출신이 주축인 참정연은 “밀실토론의 결과를 강요하지 말라”는 성명을 내는 등 강력 반발했다. 참정연 권태홍 사무처장은 “제대로 시행도 해보지 않고 후퇴시키는 건 구태정치로의 회귀”라고 비난했다.
기간당원 요건완화는 비록 당내 소수파지만, 한 때 전국의 기간당원 20%를 확보했다는 말을 들었던 참정연의 기반을 허무는 것이어서 반대가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기간당원제는 노 대통령과 유시민 복지부장관이 강한 애착을 갖고 있는 제도여서 김 의장측이 개선방안을 밀어붙일 경우 상당한 파란이 예상된다.
김근태 의장이 야심차게 제안한 ‘뉴딜론’도 갈등 요인이다. 김 의장은 “도덕적 비판이 있지만 그럼 이대로 가자는 것이냐”고 강조하지만, 친노 세력의 시각은 다르다. 한 관계자는 “조건을 달아서 뭘 해주겠다는 식의 접근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사면권을 대기업과의 거래 대상으로 삼은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한미 FTA 문제는 김 의장을 뒷받침하는 재야파가 “졸속추진 반대”를 외치고 있고, 김 의장도 “미국은 슈퍼파워다. FTA협상은 적극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광재 의원 등 친노파는 “한미 FTA는 세계 최고와 겨뤄보자는 것이며 우리가 주도적으로 제안해 성사된 것”이라는 노 대통령의 의지를 대변하고 있다.
가장 휘발성이 강한 부분은 노 대통령 탈당 논쟁이다. 재야파인 문학진 의원은 지난달 28일 “당 운영 방향의 논의과정에서 같이 가는 게 맞는지 논란이 있을 것”이라며 “도저히 같이 갈 수 없다면 탈당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친노 세력의 집단 반발과 역공을 부를 수 있는 사안이어서 탈당주장이 조금 더 표면화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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