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처에서 낮기온이 37도까지 치닫고 있다. 잔디밭 위 1.5m 그늘집(백엽상) 안이 그러하니 복사열이 많은 도심 땡볕의 기온은 40도를 훌쩍 넘는다. 겨드랑이나 혀밑의 온도를 기준으로 한 사람의 체온은 36.5도. 스스로 배와 팔다리를 만지면 서늘하게 느껴질 정도다. 죽부인이나 삼베베개가 아니라 서로의 알몸을 껴안고만 있어도 훌륭한 피서(?)가 되겠다는 생각이다. 체온보다 뜨거운 게 예사인 중동땅에선 온몸을 천으로 휘감고 눈만 내놓아야 덜 덥다. 더운여름 냉장고 없이 얼음을 보관하려면 두툼한 담요로 싸두는 것도 같은 이치다.
■ 동의보감에선 하지(夏至)이후 더위 때문에 앓는 병을 서병(暑病)이라 했다. 서병엔 두 종류가 있으니 더위를 쫓아가다 걸리는‘양(陽)서병’과 반대로 더위를 피해가다 생기는‘음(陰)서병’이 있어 간단히‘양서’‘음서’라했다.
양서는 일사병 같은 것이고, 음서는 냉방병이 되겠다. 양서가 흔했을 것임은 짐작할 수 있지만 음서는 좀 의외다. 하지만 찬음식을 많이 먹거나, 찬물 속을 자주 들락거리거나, 밤새 우물가에서 물을 끼얹다 잠들게 되면 배가 싸르르 아프고, 콧물을 떨어뜨리는 변고를 당한다. 날도 더운데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 오뉴월(음력 5, 6월은 한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고 하지만 개니까 걸리지 않고 사람이니까 걸릴 수 있다. 양서나 음서나 그 증세는 감기와 비슷하다. 오뉴월 감기는 음서를 말함이 분명하며, 레지오넬라균(菌)에 의한 에어컨병 말고 순수 냉방병의 통칭이다. 겨울 감기(感氣)와 구별해 한의학에선 감한(感寒)이라고도 하는데‘(삼복더위에) 한기를 느낀다’는 의미다.
증세이기도 하고 원인이기도 하다. 아무리 기온이 높아도 사방이 막힌(?)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찬바람을 팡팡 쐴수 있는 환경은‘한기를 느끼기’에 너무나 적합하다.
■ 냉탕에서 온탕(거의 열탕)으로, 뜨거운 데서 찬 데로 이동하면 무심한 우리 몸은‘어 환절기가 왔나?’ 하며 나름대로‘비상체제’에 들어가며 법석을 떤다. 일교차로 인한 환절기에도 감기 걸리기 쉬운데 하루에 몇 번씩 심각한 환절기를 경험하게 되는 셈이니 어찌 몸이 견딜 수 있겠는가. 결론은 자명하다. 감기든 감한이든 환절기적 요인을 최대한 줄이고, 자주비상체제에 돌입하는 몸에 에너지를 제대로 공급하는 것이다. 수시로 변하는 몸의
온도차를 최소화하고, 영양가 높은 음식을 잘 먹어야 한다. 취향에 따라 궁리해보면 그 방법은 많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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