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이후 가장 힘든 여름 휴가를 보내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번 주 휴가 기간 내내 청와대 밖으로 한 발짝도 나서지 않았다. 김병준 교육부총리 인사 파동 이후 꼬여버린 정국을 어떻게 풀어나갈 지에 대한 고민이 그만큼 깊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은 물론 여당까지 대통령의 인사를 문제 삼으니 대통령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면서 “대통령은 향후 정국 운영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우선 핵심 측근인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후임 법무장관으로 임명하느냐 여부를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문 전 수석을 후보군에 올려놓자 마자 여당 지도부가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문 전 수석을 유력한 법무장관 후보군에 포함시킨 것은 분명하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에 이어 박남춘 청와대 인사수석이 이 같은 의중을 반영하는 주장을 했다. 박 수석은 4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지금은 차질 없는 국정 위해 손발 맞는 사람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문 전 수석을 법무장관으로 기용하기 위한 명분 축적용으로 해석될 수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이미 마음을 굳혔다고 단정하는 것은 이르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문재인 법무장관’ 카드를 철회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도 꽤 있기 때문이다. 문 전 수석을 법무장관에 임명할 경우 검찰 개혁 추진 등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하지만 ‘코드 인사’를 달가워하지 않는 여론과 여당의 반대 입장을 무시하고 문 전 수석 기용을 강행할 경우 국정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문 전 수석 문제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름의 전문성도 갖추면서도 도덕적 의혹이 없는 문 전 수석에 대해 여당이 비판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고 보고, 청와대는 당분간 ‘문재인 비토론’에 대한 공세를 계속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청와대와의 차별화에 나선 당과 어떤 관계를 설정할 지도 고민 거리이다. 일각에선 노 대통령의 조기 탈당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청와대는 이를 부인한다. 청와대 정태호 대변인은 “대통령은 탈당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연말 정기국회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탈당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조기 탈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자칫 당청 갈등이 격화될 경우 그 과정에서 대통령이 불가피하게 탈당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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