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공부, 휴식, 잠행, 문화 탐방….
하한기를 맞아 대선주자들은 각양각색 활동으로 여름을 나고 있다. 내년 12월에 실시되는 대선까지의 일정을 감안하면 이번 여름은 무척 중요한 시기다. 대선을 마라톤 경기에 비유하자면 올 가을에 워밍업을 한 뒤 내년 초에 본격적 레이스에 돌입하게 된다. 따라서 이번 여름은 체력을 보강하고 재충전해야 하는 기간이다. 그래서인지 대선주자들은 한결같이 이번 ‘여름 방학’을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기간으로 삼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말 그대로 휴식 중이다. 예년엔 가족들과 함께 근교 나들이를 가곤 했지만 올해는 그런 것 조차 없다. 측근들도 모두 휴가를 보내고 말 그대로 자택에서 경제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간간히 사람을 만나고 병원을 다니는 것 외에는 바깥 출입도 거의 없다. 한 측근은 “2년 동안 당 대표로 있으면서 시간에 쫓겨 건강을 돌보지 못했는데 이번 여름을 건강을 챙기는 시기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정책 개발과 공부에 여념이 없다. 이 전 시장은 올 하반기에 국내ㆍ외 여러 곳을 도는 정책 탐사 기행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여름은 이를 위한 준비 기간이다. 일정을 점검하고 현지 주민들에게 전할 메시지를 정리하느라 시장 재임시 만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책을 발굴하기 위해 전문가들과 수시로 머리를 맞댄다.
고건 전 총리는 문화 현장 탐방 등으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최근 동숭동 대학로 연극공연장에서 심심찮게 고 전 총리를 만날 수 있다. ‘괴물’ 등 최근 개봉한 영화 관람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문화 탐방의 중요한 목적은 젊은 유권자들과 접촉을 넓히는 것”이란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8월 말 발족하는 ‘희망연대’ 결성과 9월부터 본격화할 대학 특강 준비 등으로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요즘 ‘100일 민심대장정’이란 기치로 노동을 하면서 민초들과의 스킨십도 넓히고 있다. 상대적으로 뒤처진 지지율을 끌어 올리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얼마 전 탄광을 찾았던 그는 4일 경북 영주의 알루미늄 캔 생산 업체를 찾아 노동자들과 함께 비지땀을 흘렸다. 그는 다음 주엔 제주도 민생 현장으로 달려갈 계획이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에게 이번 여름은 가장 바쁜 시기다. 요즘 장관 인사 문제와 관련 청와대에 의견을 전달하는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치 현안과 당무를 처리하는 한편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뉴딜 투어’ 를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 “휴가는 꿈도 꾸지 못한다”고 한 측근은 말했다.
정동영 전 의장에게 이번 여름은 여당 의장에서 물러난 뒤 보여온 잠행의 연장선이다. 한달 일정으로 독일에 체류하는 목적은 경제와 독일 통일에 대해 공부하는 데 있다. 하지만 측근들은 “가급적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기 위해 해외로 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독일 연수 일정을 한두달 더 연장하거나 미국으로 연수를 가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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