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중구에 따르면 구는 내년부터 퇴계로, 태평로, 을지로 등 관내 35개 대로에 심어진 은행나무, 플라타너스 등을 소나무로 교체할 예정이다. 현재 대상지역을 선정하기 위한 현장조사가 진행 중에 있으며, 이 달 말까지 구체적인 노선을 확정하기로 했다. 현재 남산 밑 소파길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중구가 서울의 중심부인데다 남산이 있고 문화재가 많이 있는 점을 고려해 소나무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경 전문가들은 자동차 매연과 병충해를 견뎌야 하는 가로수의 본질을 무시한 행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은행나무와 플라타너스와는 달리 소나무는 재배가 불가능해 일반 가로수보다 2,3배나 비싸고 관리비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가로수로서의 소나무 구입 가격이 은행나무에 비해 그루당 3배가 넘는 2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한봉호 교수는 "소나무는 대기오염과 병충해에 견딜만한 강한 수종이 아니다"며 "현재 가로수로 심어진 대부분의 은행나무와 플라타너스는 수령이 대부분 20~30년이 넘어 활발하게 산소를 공급하고 있는데 조경을 위해 소나무로 바꾼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소나무는 가지가 약해 쉽게 부러질 뿐만 아니라 겨울에도 나무 그늘이 생기기 때문에 빙판길을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시 차원에서 소나무를 가로수로 선정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001년부터 서울 대학로와 가회동 등에 소나무 가로수길을 관리하고 있는 종로구 관계자는 "북촌 한옥마을의 이미지와 소나무가 맞지만 조성비와 관리비가 다른 가로수에 비해 서 너 배 정도 더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나무 구입과 옮겨 심는 데에만 1그루에 300만원 정도가 들어갔으며, 무엇보다 수시로 영양제와 거름을 주고, 먼지를 닦아줘야 한다"며 "소나무 가로수 주변에 사는 주민들을 관리책임자로 정해 관리하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구 관계자는 이에 대해“소나무 교체에 따른 문제점들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인도폭이 넓으면서 자동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도로 등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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