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e than Humanitarianism'(인도주의를 넘어서)
최근 발간된 미국의 대 아프리카 외교정책 전략 보고서의 제목이다. 아프리카에 대한 미국의 시각 변화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문구다. 보고서는 아프리카를 더 이상 기아나 에이즈, 내전, 인종차별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 원조의 대상이 아니라 전략적 협력 파트너로 새로운 차원에서 접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아프리카는 내적 혼란을 극복하고, 정치적 안정을 기반으로 지하자원으로부터 연유한 씨앗머니(seed money)를 활용한 경제성장과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고유가 상황의 지속, 자원민족주의의 대두는 땅 속에 묻힌 자원만 잘 활용하면 그동안 서방세계에 철저히 예속되었던 경제시스템을 일거에 바로잡을 수도 있겠다는 믿음을 주었고 이러한 희망이 아프리카 대륙을 흥분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얄미울 정도로 자원 개발과 경제인프라 건설을 연계시키고 있다. 각국의 오일 메이저들과 투자자를 사이에 두고 저울질하는 모습은 협상에 관한 한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굴지의 금융투자 전문회사들도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그 힘의 원천은 바로 풍부한 자원이다.
1993년 이래 에너지 순수입국으로 입장이 바뀌어 전세계를 상대로 자원전쟁을 선포한 중국과 인도가 기회의 땅 아프리카를 놓칠 리 없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4월 아프리카를 방문해 대형 유전개발권을 댓가로 대규모 경제개발자금 지원을 약속한데 이어 6월에는 다시 원자바오 총리가 아프리카 7개국을 순방하는 등 아프리카 대륙은 이미 인도주의를 넘어 자원외교의 치열한 격전장으로 변해버렸다.
우리나라도 3월 노무현 대통령의 이집트, 알제리, 나이지리아 3개국 순방을 시작으로 아프리카에 대한 적극적인 자원외교에 나서 심해유전 2곳에 대한 탐사권과 발전소 프로젝트를 연계시켜 수주하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대통령 순방의 후속조치 및 신규국가와의 자원협력을 목적으로 7월 29일부터 8월 6일까지 필자가 '아프리카 자원협력 민관 사절단'과 함께 5개국(남아공, 앙골라, 나이지리아, 상투페프린시페, 적도기니)을 방문한 것은 자원외교의 무대를 북부 아프리카로부터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희망봉까지 확대시키겠다는, 우리 정부의 아프리카에 대한 전략적 시각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나 인도와 같이 자원 확보라는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을지라도 우리가 추구하는 대 아프리카 자원외교의 형식이나 방법이 이들 나라와 같을 수는 없다.
넘치는 외환 보유고를 앞세워 묻지마 식 투자와 대규모 차관 지원을 서슴지 않는 중국과 같이 물량 공세로 자원확보 경쟁에 나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그들과의 협력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전쟁의 폐허에서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을 일으킨 경험, 우수한 인적자원을 가지고 있다.
지금 아프리카가 가장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한국의 경험과 기술이다. 이번 '아프리카 자원협력 민・관 사절단' 5개국 방문의 목적도 한국형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하여 신뢰 구축과 자원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일조하겠다는 것이다.
아프리카는 우리가 전수해줄 것이 있는 협력자이자 우리가 얻어올 것이 많은 전략적 동반자이다. 아프리카의 자원부국들과 우리가 서로 '윈-윈' 할 수 있는지 여부는 우리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것과 얻을 수 있는 것을 결합한 한국형 동반진출 자원개발 모델을 더욱 심화 발전시키는데 달려있다.
이원걸ㆍ산업자원부 차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