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이 골무를 알까. 바느질을 할 때 바늘귀를 밀기 위해 손가락에 끼워쓰는 골무는 일상생활의 필수품이었지만, 언제부터인가 흔히 볼 수 없는 ‘골동품’이 돼버렸다.
올해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자인 배다인씨의 창작동화 ‘은골무’는 골무나 뒤주 같은 잊혀진 옛 물건들을 매개로 물질보다는 마음의 풍요를 누렸던 선조들의 삶을 되새김질한 작품이다.
아빠가 주식투자로 집까지 날리자 이혼을 결심한 엄마는 희정을 시골의 큰 외할머니댁에 맡긴다. 잔뜩 볼이 부어 지내던 희정은 우연히 ‘작은 요정들의 모자’처럼 생긴 물건을 발견한다. 흉년에 굶주리는 사람들을 도와준 엄마의 조상이 임금님께 하사 받은 은골무였다. 어느날 병풍 사이로 난 이상한 문을 통해 조선시대로 간 희정은 동갑내기 채선을 만나고, 배고픈 동네 꼬마들에게 라면과 과자를 나눠주며 나눔과 베풂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옛날에는 쌀이 없어 굶는 사람이 많았다”는 어른들 말씀에 “그럼 라면이나 빵을 먹으면 돼잖아”라고 대꾸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한 번쯤 읽혀볼 만하다. 불편하게만 보이는 기와집, 농악대가 흥을 돋우는 모내기 광경 등에 녹아있는 조상의 지혜를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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