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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연애언어 완전분석 '로맨스 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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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연애언어 완전분석 '로맨스 약국'

입력
2006.08.0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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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는 언제, 어떤 모습으로 시작될까. 일정 수준의 스킨십이 이뤄질 때? 돈을 꿔주고도 거리낌이 없을 때? 일리노이 주립대 언어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저자에 따르면 로맨스는 “우리 사귈까?”라는 말 한마디에서 시작한다. 사귀자는 선언 없이 시작된 관계는 발뺌하기 쉽고, 그만두더라도 관계 파기에 대한 책임이 없다.

‘연애의 언어에 대한 51개의 처방전’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연애의 언어’를 요리조리 뜯어보고 그 안에 들어있는 심리에 대해 나름의 진단을 내린다. 남자들이 ‘작업 멘트’로 흔히 사용하는 ‘첫사랑과 닮으셨네요’라는 말은 관심의 우회적 표현이기도 하지만, 상대를 자신의 이상적 롤 모델에 맞추려는 자기 중심적인 발화다.

‘예전에 너를 좋아했었다’는 고백은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허영의 발로다. 저자는 감정의 시제는 오로지 현재형뿐이며 ‘그 때 그 사람만 아니었다면 너를 좋아했을 것’이라는 가정법에는 과거형 만큼의 진실도 들어있지 않다고 따끔하게 꼬집는다.

이밖에‘사랑은 미안하다고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라든지, 원거리 연애가 실패하는 것은 존재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든가 하는 연애에 대한 관점들이 다양하게 제시된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섹스 앤 더 시티’, 영화 ‘연애의 목적’, 일본 만화 ‘너는 펫’ 등에서 빌려온 익숙한 상황들이 공감의 폭을 넓힌다.

감기를 낫게 하는 약이 없듯이 연애로 생긴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약은 이 세상에 없다. 책에도 제목과 달리 똑 떨어지는 명료한 처방은 없다. 하지만 남들도 나와 같다는 것을 알게 되면 아픔은 덜해진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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