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三晋) 관방장관이 일본의 차기 총리가 될 경우 아시아 외교는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아베 장관은 A급 전범 용의자로 체포됐고, 헌법 개정을 염원했던 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의 정치적 유전자를 그대로 이어받은 정치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를 잘 아는 자민당 관계자는 그가 최고 인기 정치가로 부상한 것은 일본인 납치자 문제와 관련한 대북 강경론 덕분이었지만 그 이전부터 헌법개정, 안전보장, 외교, 역사문제 등에서 우익으로 기운 발언을 거듭해 일정한 지지자를 확보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헌법 개정으로 교전권을 인정해야 한다”(아에라 2004년 8월 5일) “위안부도 야스쿠니도 아사히(朝日) 문제다”(제군 2005년 3월호) “대륙간 탄도탄은 헌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선데이 마이니치 2002년 6월 2일) 등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주장이 그 증거이다.
이처럼 우익으로 기운 강경 보수로서의 면모는 그가 최근 발행한 저서 ‘아름다운 나라로’(분??신서)에서 유감없이 드러났다. 그는 이 책에서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서라면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고 행동하는 투쟁하는 정치가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일본의 자립’‘진정한 독립’을 위한 정책 구상을 펼쳐보였다.
외교 안보와 관련, 눈에 띄는 것은 헌법개정과 미일동맹의 강화 등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미국의 신보주수주의자(네오콘)에 대한 동경과 한국,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외교의 개선을 촉구하는 진보적 정치가와 언론에 대한 강한 불신감도 내비쳤다. 일본이 힘을 바탕으로 주도권을 쥐는 외교를 강력히 주장하며, 이를 위해 어떠한 반대에 대해서도 싸워나가는 ‘투쟁하는 정치가’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아베 장관은 특히 한국, 중국과 첨예한 갈등의 원인인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 강경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평소 “국가를 위해 순직한 분들을 추도하는 것은 지도자로서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그는 책에서 “별 문제가 아니었던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아사히 신문이 기사를 써서 외교문제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조부가 A급 전범 용의자였던 사실을 의식한 듯 A급 전범에 대해서도 우익논리를 펴고 있다. 그는 “전쟁이 끝난 후 만들어진 개념인 A급 전범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다”며 “국제법상 사후법에 의한 재판은 무효라는 논의가 있지만 이를 별도로 하더라도 지도자적 입장에 있었기 때문에 A급이라는 편의적 수사를 붙인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가 4월 관장장관으로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은 이 같은 논리에 따른 것임을 알 수 있다. 가토 고이치(加藤 紘一) 전 자민당 간사장은 4일 “아베 장관의 저서를 읽어보면 어떻게 해서라도 참배하겠다는 신념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아베 장관은 고이즈미 총리와는 또 다르게 도쿄 전범재판 자체를 부정하는 논리가 근저에 있어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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