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아기 아빠가 되었다. 쑥스러운 고백이지만 아기를 처음 본 순간의 감동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도였다. 또 상상을 초월하는 진통을 겪은 아내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잘 견뎌주어서 고마운 마음뿐이다.
세상의 남자들이 모두 아내의 고통을 옆에서 지켜보면 좋겠다. 아니 꼭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기의 머리를 처음 보는 순간의 느낌은 경험하지 않은 아빠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억만금을 주어도 못 살 정도의 소중한 느낌이었다.
● 첫출산 후 밀려오는 고민
아이는 딸이었는데 너무나도 아빠를 닮아버렸다. 병실에 드나드는 간호사들, 손님들 모두 아빠와 똑같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도 눈 코 입은 엄마를 점점 닮아가는 것 같아 다행이다.
아기와 가졌던 첫 대면의 기쁨도 잠시, 바로 그날부터 수면부족이 시작되었다. 이제 2주째 아기는 2시간마다 배고프다고 울어댄다. 그래도 필자는 직장 때문에 밤에는 잠을 좀 자지만, 아내는 밤에도 수시로 일어나 아기의 배고픔을 해결해준다. 막내로 자라서 어리광도 많던 아내였는데, 며칠 사이에 성숙한 엄마의 모습도 갖추어버렸다.
퇴근을 하고 집에 가면 아이의 자는 모습을 보게 된다. 자기 아기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아기의 하품하는 모습, 눈 깜박거리는 모습, 자는 모습, 코 고는 모습, 이쁘지 않은 구석이 없다. 그런데 출산 소식을 들은 아내의 옛 직장 동료들이 전화를 해서 벌써부터 직장으로의 복귀여부를 타진한다. 아내는 제대로 답변을 주지 못하고 있지만, 내심 고민이 많다.
임신 전 매일 밤늦게까지 일을 하고 주말에도 시장조사다 해서 밖에서 일을 하곤 했던 활발한 성격의 아내가 수개월 전 직장을 그만두고 아기 태교에 충실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도 벌써 큰 결심이었다. 언젠가 아내가 직장으로 복귀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가 벌써부터 우리 부부의 가장 큰 고민이다.
“도대체 누구에게 아이를 맡길 것인가” 하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물어보고 있다. 양가 어머니들이 맡아주시면 제일 좋겠지만, 그럴 상황은 아니기에 아주머니 한 분을 고용해야 하는데,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지, 얼마나 재정적으로 부담이 될지, 제대로 아기를 잘 돌봐주기는 할지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비단 우리 가족의 고민만은 아닐 것이다. 새롭게 아빠 엄마가 된 모든 맞벌이 부부들의 고민이지 않을까?
● 양육 부담 없는 사회 되길
이런 고민을 심각하게 해야 하는 것 자체가 아직 우리 사회가 가족복지에 있어서 선진화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네에서 아주머니를 구해야 할지, 사회단체를 통해서 구해야 할지, 인터넷 업체를 통해서 구해야 할지, 도무지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데, 이런 고민을 수많은 맞벌이 부부들이 해야 하는 것 자체가 저출산을 가져온 큰 문제인 것 같다. 열심히 일하는 이 나라의 모든 여성들이 아기를 낳아도 얼마든지 다시 잘 일할 수 있는 때가 빨리 오면 좋겠다.
최항섭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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