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그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북한 제재 결의안 채택 이후에도 한동안 대화와 압박을 동시에 병행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북한을 응징하기 위해 국제사회에 ‘한 목소리’를 낼 것을 촉구하면서도 북한이 북핵 6자회담에 복귀하면 그 틀 내에서 북미 양자협상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에 비해 일본은 대화 모색의 주도권을 미국에 맡겨둔 채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 왔다. 북한선박의 입항을 금지하고 대북 송금의 규제를 추진한데 이어 북한의 자금세탁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국내외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대북 금융제재법’의 제정도 서두르고 있다.
이 같은 결과론적인 미일의 역할분담은 북한에 대한 설득이 성과없이 끝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이후 다소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핵심적인 것은 미국도 추가 제재의 가시화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없지만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해제했던 경제제재의 복원을 검토하는 등 이미 미 행정부 내에서는 상당한 정도의 준비가 이뤄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그 동안 일본의 공세적 제재 움직임을 국제사회의 공통 대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중요한 지렛대로 활용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미국이 직접 추가적 대북 제재에 나서겠다는 구상은 한층 첨예해질 북한과의 대결구도에 따르는 위험부담을 감수하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미국이 실질적인 효과와는 별도로 완충지대 없이 직접 제재에 나설 경우 북한의 반발은 더욱 극렬해질 것인 만큼 제재에 따른 대결국면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게 된다.
물론 미국 행정부내에는 아직도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를 주도해온 재무부 및 백악관 쪽의 강경론과 국무부내의 상대적 온건론 사이의 의견조정이 완전히 매듭지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의 극적인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온건론의 입지는 축소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미국은 대북 제재를 거부하고 있는 중국, 한국에 맞서 강경론을 주도하는 일본의 전략ㆍ전술적 가치를 앞으로도 최대한 활용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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