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행위의 주체인 기업과 소비자들의 심리가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다. 실물경제보다 경기를 더 나쁘게 인식하는 경향이 커져 ‘심리지표 위축→실물경제 둔화→심리지표 악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물경제와 체감경기 괴리 커져
3일 통계청에 따르면 6개월 후의 경기에 대한 주관적 전망을 보여주는 소비자 기대지수가 지난 달 94.3을 기록, 6개월 연속 하락했다. 1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이다. 현재의 경기 및 생활형편에 대한 소비자 평가지수도 78.7로 4개월 연속 하락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기업 경기실사지수(BSI)도 제조업 업황BSI가 77로 1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소비자지수와 BSI 모두 100미만이면 경기를 좋게 보는 사람보다 나쁘게 보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5.26%로 전분기(6.12%)보다 둔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체감경기는 이보다 더 얼어붙어 GDP성장률이 3.17%로 바닥권이던 지난해 2분기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문제는 실물경기가 좋아질 때는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별로 개선되지 않으면서, 경제에 안 좋은 신호가 올 때는 심리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 1분기 성장률이 6.12%로 참여정부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기업 BSI와 소비자평가지수는 91, 90에 그쳤다.
BSI 조사에서도 회사의 실적을 말해주는 ‘매출 BSI’보다 경기를 평가하는 ‘업황 BSI’ 가 예전엔 10포인트 정도 낮았지만, 최근에는 15~20포인트 이상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경기를 조금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회사 매출은 좋다면서도 경기는 안 좋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심리도 마찬가지다. 경기가 호황이었던 1999년과 2002년에는 자신의 생활형편보다 경기를 월등하게 좋게 평가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경기가 좋아질 때도 자신의 생활형편보다도 경기를 더 나쁘게 평가했다.
양극화, 내수 부진에 정부 불신까지
경제주체의 심리 위축은 양극화 심화와 내수부진의 영향이 크다. 호황이 일부 대기업에 집중되고 내수는 침체돼 자영업자 등 대다수 서민의 체감경기가 나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회사 실적이 좋은데도 경기를 나쁘게 평가하는 것은 정부의 경제정책이 잘못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란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원은 “기업 심리가 위축되면 투자를 회피하고, 소비심리가 나쁘면 지갑을 열지 않게 돼 실물경제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가 경제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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