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1 노동절을 맞아 방북했던 일부 노동계 인사들이 평양 혁명열사릉을 방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혁명열사릉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일가와 북한 정권 수립에 공헌한 인사들이 묻힌 곳으로, 정부가 참관 자체를 불허하는 곳이다.
3일 통일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각급 노동단체 관계자 150여명은 지난 4월30일부터 5월3일까지 남북 노동자 기념행사를 위해 평양을 방문했다.
방북단은 이 기간 중인 5월1일 혁명열사릉을 방문하게 됐고, 이 가운데 50여명이 열사릉을 직접 참관했다. 나머지 100여명은 주차장에서 이들을 기다렸고, 민주노총 A모 국장 등 관계자 4명은 헌화와 참배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승인한 방북단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혁명열사릉을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노동계 참관단에는 통일부와 국가정보원 관계자 5명이 동행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 관계자들이 혁명열사릉 참배를 제지했지만 일부 인사가 이를 무시하고 참배를 강행했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노총 관계자는 “현지에서 정부 당국자들의 제지는 없었다”며 “참배가 아닌 참관일 뿐이고, 지난해 8월 북측 대표단이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일도 있고 해서 열사릉에 가게 됐다”고 주장했다.
평양 방문 이후 통일부는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지난달 5일 참관단 지도부 11명과 참배 주도자 4명에 대해 1개월간 방북을 제한하는 조치를 통보했다. 또 관련 책임을 물어 애초 행사비용으로 지원키로 한 남북협력기금 1억409만원을 6,939만원으로 축소했다.
국가정보원은 참배 주도자에 대해 국가보안법 7조 찬양ㆍ고무죄 적용해 형사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혁명열사릉 참관 자체에 대한 처벌 근거가 약해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01년 8월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가 김일성 주석 생가인 만경대 방명록에 ‘만경대 정신’ 관련 문구를 남겼다가 구속된 적이 있고, 같은 시기 평양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참관 문제로 남측 민간대표단 7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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