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한 기독교단체가 준 내전 상태인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서 우리 정부와 아프간 당국의 만류에도 대규모 종교 행사를 강행하려고 해 우려를 낳고 있다. 아프간 정부는 행사 참가를 위해 입국하는 한국인들을 돌려 보내고 있으나 이미 입국해서 카불 등에 체류 중인 기독교 신자가 1,200명(아프간 경찰 집계)이 넘는다고 한다.
우리는 주관 단체인 아시아협력기구(IACD)측이 행사를 취소하고 참가자들의 안전 귀국에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IACD 관계자들은 문화와 스포츠 행사 중심의 평화축제를 열겠다는 것뿐인데 우리정부가 방해한다고 도리어 불만이다.
하지만 그 곳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과 알 카에다 세력의 저항이 끊이지 않고 자살폭탄 테러와 외국인 납치가 빈번한 곳이다. 주민의 99%가 이슬람이어서 반기독교 감정도 거세다. 이런 나라의 수도 한 복판에서 참가자가 2,000명에 이르는 대규모 행사를 열기로 한 발상 자체가 무모한 것이다.
주최측은 탈레반 정권 붕괴 이후 4년 동안 많은 기독교신자들이 방문, 문화와 스포츠 활동을 했지만 한 건도 사고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매우 나빠져 소규모 봉사활동도 어려워졌고 현지 교민들까지 대피했다. 수백명의 아프간 성직자들이 집회를 갖고 한국 기독교인들을 추방할 것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24일에는 카불 인근서 사제폭발물이 장착된 대한적십자사 봉사단 조끼가 발견됐는데 한국인을 겨냥한 테러 시도일 개연성이 높다. 행사를 강행하는 것은 테러의 표적이 되기를 자청하고 나서는 행동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종교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선교활동에 나서는 것 자체를 시비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막무가내식 선교활동은 선교 자체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정부 간에도 큰 부담과 마찰요인이 될 수 있다. 주관 단체와 참가자들의 현명한 처신을 촉구한다. 정부 당국도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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