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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강원도로 어여 오시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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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강원도로 어여 오시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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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3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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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의 숨은 계곡 '단경골'

안녕하세요? 여기는 단경골입니다. 계곡의 생김새가 다른 곳과 조금 다르죠? 책을 높이 쌓았다가 슬쩍 옆으로 무너뜨린 모습 같습니다. 그 책 사이로 하얀 포말을 내며 맑은 물이 흐릅니다. 이런 바위와 물길은 장장 10여km나 이어집니다. 물이 무척 찹니다. 계곡에 다가가기만 해도 냉기가 확확 달려옵니다. 탁족은 1분을 넘기기 힘들고, 물가에 5분만 앉아 있으면 누구나 긴팔옷을 찾게 됩니다.

단경골이 도대체 어디에 있냐고요? 바로 강원도 강릉시에 있습니다. 강릉은 강원도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여행지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경포대해수욕장이나 일출의 명소인 정동진 같은 바닷가의 이미지로만 강릉을 기억합니다. 그런 강릉에 이렇게 깊은 계곡이 있다니, 조금 의외죠? 게다가 사시사철 일출 여행객이 북적대는 정동진과 지척(강릉시 강동면 언별리)이라는 사실을 알면 조금 놀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단경골은 강릉시민 중에도 모르는 이가 많았습니다. 아는 이들만 쉬쉬하며 찾았죠. 그러다가 계곡물의 중간을 막은 댐 덕분(?)에 밖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찾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강릉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명소로 이름을 떨치려는 순간, 재앙이 닥쳤습니다. 2002년 루사에 이어 2003년에는 매미라는 태풍이 연이어 찾아왔습니다. 계곡 하류의 마을과 논밭은 완전히 바다로 쓸려갔습니다. 마치 썰물 때의 갯벌을 보는 듯했죠. 정말 끔찍한 기억입니다. 물론 이제는 완벽하게 옛날의 아름다움을 회복했지만요.

한 번 겪어봐서인지 이번 강원도 물난리의 후유증이 진짜 걱정됩니다. 아시다시피 강원도에는 관광이 주수입원인 곳이 많습니다. 큰 고생을 겪는 곳은 부분에 불과하지만 ‘강원도’라는 울타리에 싸인 전체가 영향을 받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1년 장사의 절반을 벌어들이는 여름휴가철이니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비가 그치고 날이 더워지면서 해수욕장이 붐비기 시작해 그나마 다행이지만 예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그리고 바닷가를 떠나서는 사태가 아주 심각합니다. 물난리가 난 곳이 대부분 계곡이어서인지 산 속으로의, 계곡으로의 피서 행렬은 뚝 끊어졌습니다. 한산하다 못해 적막할 정도입니다.

사태를 이기기 위해 여러 곳에서 머리를 짜내고 있습니다. ‘난리를 겪고 있는 곳에서 희희낙락할 수 없다’는 대다수 국민의 ‘양심’이 이런 때에는 오히려 걸림돌입니다. 강원도는 관광객들의 이런 부담을 덜기 위해서 ‘여름휴가 3ㆍ1ㆍ2’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강원도에서의 여름휴가 3일 중 하루는 수해복구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나머지 2일은 마음껏 휴가를 즐기자는 것입니다.

각 자치단체들도 피서객을 초대하기 위해 여름축제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열고 있습니다. 5~6일 고성군 아야진해수욕장에서는 오징어 맨손잡이 축제가, 7~11월 속초해수욕장에서는 속초 해양페스티벌 등이 열립니다. 4~6일 강릉 정동초등학교에서는 정동진 독립영화제, 8일까지 태백의 태백산도립공원 등에서는 태백산쿨시네마 페스티벌, 12~17일 속초 엑스포광장에서는 대한민국 음악대향연 등이 손님맞이에 나섭니다.

피서객이 가장 걱정하는 바가지 요금을 근절하기 위해 각 해수욕장에 부당요금 신고센터도 마련했습니다. 삼척시는 관내 728개의 숙박시설 이용요금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하고, 고성군은 관내 콘도의 숙박객에게는 관광지 입장료를 20% 할인하는 행사를 벌입니다.

사실 이런 특별한 행사가 없더라도 강원도는 찾는 이들에게 만족과 행복을 주는 아름답고 즐거운 곳입니다. 지금 일부에서는 복구의 땀방울을 흘리고 있지만 대부분은 이 곳 단경골처럼 ‘멀쩡합니다.’

이미 다른 곳에서 휴가를 보내셨다고요? 달력을 보니 12일부터 15일까지 황금의 징검다리 연휴네요. ‘2차 휴가’ 어떻습니까? 그리고 질질 끈 장마 때문에 아직 휴가를 떠나지 않은 분이 많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강원도로 오십시오. 오시면 단경골에도 꼭 들러주시고요.

여름휴가를 강원도에서 보내는 것. 그 자체가 바로 자원봉사입니다.

강릉=권오현기자 koh@hk.co.kr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강원도로 오세요" 산길 물길

강릉의 단경골은 놀라운 ‘자연의 복원력’을 보여준다. 태풍 루사(2002년)와 매미(2003년)가 가져다 주었던 만신창이 피해를 스스로 치료하고 청정한 모습을 되찾았다. 강원도에는 같은 아픔을 간직한 계곡과 물길이 많다. 시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모두 원상 회복됐다. 과거 수마에 피해를 입었다가 제 모습을 회복한 지역을 찾아본다면. 올해의 아픔도 반드시 극복된다는 신념과 힘이 생기리라.

# 아침가리계곡(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1999년 이 계곡에 들었었다. 풍광에 홀려 김시습의 ‘만복사저포기’를 떠올렸다. 주인공이 머물던 환상세계의 3일은 인간세계의 3년이라 했다. 계곡을 빠져나가면 훌쩍 세월이 흘렀을 것만 같았다. ‘모든 것이 변한 것은 아닐까. 변했다면, 이 곳처럼 변했으면 좋겠는데…’라고 상념에 잠겼었다.

아침가리는 그런 계곡이다. 숲과 물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다. 오지 탐험가들만 간간이 드나들 뿐 일반인은 범접하기도 힘든 곳이었다. 매스컴에 알려지면서 트레킹을 하는 이들이 늘었지만 지금도 사람 구경하기가 어려운 골짜기이다.

태풍은 이 골짜기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었다. 계곡에 훤한 마을 사람조차 “집채만한 바위들의 위치가 몽땅 달라져 어디가 어딘지 모를 지경”이라고 할 정도였다. 계곡 입구인 진동리로 들어가는 방태천길은 진짜 폭탄을 맞은 것 같았다. 겨울에 눈 때문에 자주 고립되는 진동리는 태풍 때문에 한여름의 고립을 겪어야 했다.

사람과 중장비가 길을 정비하는 사이 아침가리는 스스로의 회복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떠돌았던 바위들은 제자리를 잡아 적응했고, 뿌리째 떠밀려온 아름드리 나무들은 풍화돼 자연의 색에 합류했다. 지금은 한여름의 눈이 시린 녹음과 그 색깔을 닮은 ‘천하 제일급수’를 만날 수 있다.

아침가리 트레킹은 길을 찾는 작업이다. 길은 스스로 희미해지다가 결국 지워진다. 앞에는 절벽이 가로막고. 그러면 물을 건넌다. 건너편에 이르면 신통하게 다시 길이 이어진다. 출발지인 갈터에서 목적지인 방동초등학교 조경동분교터까지 직선거리는 약 3km. 계곡이 굽어있어 실제거리는 7km가 넘는다. 길을 잃어 헤매는 거리까지 합치면 약 10km. 오르는 데만 3, 4시간이 족히 걸린다.

신발은 물론 모든 복장은 ‘잠수’가 가능한 것으로 준비한다. 초입부터 계곡을 첨벙거리며 건너야 한다. 몸이 더워지면 그냥 물에 누워버리면 된다. 물안경을 반드시 챙길 것. 열목어, 돌피리, 꺾지…. 물 속에 요정들이 산다. 사람을 잘 모르는 이들은 꽁무니를 빼지 않는다. 얼굴을 물에 담그면 빤히 쳐다본다. 물고기와의 눈맞춤. 진한 추억이 아닐 수 없다.

트레킹 출발지인 갈터의 진동산채가(033-463-8488)는 단순한 맛집이 아니다. 이곳 여행의 중요 아이템 중 하나이다. 산채비빔밥의 원형을 완벽하게 보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제군 기린면 현리 남쪽에 진동리로 들어가는 418번 지방도로가 있다. 이 도로도 이번 비에 조금 피해를 입었지만 여행에는 지장이 없다. 인제군청 문화관광과 (033)460-2081

# 덕풍계곡(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덕풍계곡은 삼척시의 응봉산에 들어있다. 해발 999m의 중급산이지만 바위가 많고 골이 깊어 속살을 보기가 힘들었다. 이 산 중턱에 덕풍마을이 있다. 20세기까지만 해도 이 마을은 진짜 오지였다. 외부에서 약 8km의 계곡을 거슬러 올라야 마을의 굴뚝이 보인다.

계곡에는 희미한 길이 전부였다. 지게를 지고 걷고, 물을 건너고, 가파른 곳에서는 기어서 마을에 들어갔다. 마을은 수백 년 전부터 있었다는데, 처음 이 곳에 자리를 잡은 조상은 병적인 인간 기피증의 소유자였으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접근이 어려웠다.

21세기가 되면서 이 마을로 길이 났다. 사람이 걷기 편해진 것이 아니라 차도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길이다. 청정한 오지의 아름다움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덕풍계곡은 삼척시가 ‘기대하는’ 관광지로 떠올랐다. 그러나 조상의 뜻을 거역하는 일이었을까. 태풍 루사는 그 길을 완전히 없애버렸다. 길 뿐만 아니라 그림 같던 계곡도 엉망으로 만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들의 조상처럼 응봉산의 봉우리들을 넘고 넘어 겨우 외부와 교통해야 했다.

4년이 지난 지금 덕풍계곡은 완전히 모습을 되찾았다. 길이 다시 놓인 것이 진정한 ‘제 모습’인지는 모르겠으나, 외부인들은 다시 덕풍의 청정자연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덕풍마을까지 이르는 약 6km 계곡길은 트레킹 코스이다. 쉬엄쉬엄 걸어도 1시간 30분이면 마을에 닿는다. 마을은 산 속 분지에 자리를 잡았다. 깊은 골짜기 안에 이렇게 넓은 분지가 있다니. 우선 감탄이 터져 나온다.

덕풍계곡 트레킹의 하이라이트는 마을에서부터 시작된다. 응봉산을 오르는 계곡이다. 골짜기는 갑자기 바위 벽으로 바뀐다. 그 바위 벽 아래로 사람 하나가 다닐만한 길이 나 있다.

약 2㎞을 오르면 제1 용소. 일반인?여기까지가 끝이다. 그 위로는 본격적인 암벽등반 코스이다. 삼척시청 문화관광 tour2.samcheok.go.kr/culture/main/

# 남대천(양양군)

태풍 루사와 매미가 덮쳤을 때, 양양의 남대천은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동해안 하천 중 비교적 규모가 큰 곳이기 때문에 피해 역시 컸었다. 전쟁의 폐허를 연상케 할 정도로 처참했던 것은 양양읍에서 어성전리에 이르는 22km 구간이다. 모두 8개의 다리를 지그재그로 건너며 415번 지방도로가 남대천을 따라간다. 당시 새로 포장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이 길과 다리는 대부분 망가졌다. 길따라 강물따라 예쁘게 지어 놓은 펜션들도 둥둥 떠내려 갔다.

남대천은 북쪽으로 흐르는 남한에서 흔치 않은 강 중의 하나다. 동해안으로 흘러 드는 대부분의 하천이 시멘트 공장과 송어 양식장 등으로 제 색깔을 잃었지만 남대천은 여전히 건강하다.

남대천의 진객은 은어다. 가을이 올 때까지 물에 반쯤 몸을 담근 채 긴 낚싯대를 드리우고 은빛 보석을 건져내는 태공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은어낚시터는 강의 최하류에 있다. 큰 비가 내려 강물이 많아질 때를 제외하면 언제나 모래톱이 드러나고 수심도 깊지 않다. 특히 옛다리 주변에 낚시꾼이 많다. .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면 수리, 도리, 장리등 예쁜 이름의 마을들이 이어지다가 어성전에 닿는다. 어성전(漁城田)은 ‘물고기가 많고 산이 성벽을 이루며 땅이 기름지다’는 의미. 한마디로 사람이 살기에 좋다는 뜻이다. 어성전리는 1990년대 들어 오지 여행지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도로가 생긴 이후에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오지는커녕 양양읍과 하조대, 강릉을 잇는 교통의 중심지가 됐다. 계곡을 따라 사람 허리 정도의 얕은 소(沼)가 이어지고 울창한 숲이 강변에 그늘을 드리운다. 아무데나 자리를 잡고 물에 풍덩 빠지면 그만이다. 한여름에도 소름이 돋는 차가운 물이 압권이다. 양양군청 문화관광과 (033)670-2721,2

강원=권오현 기자 koh@hk.co.kr

■ "강원도로 오세요" 멋길 맛길

교통 인프라의 ‘무서운’ 발달은 여행의 진정성을 왜곡시킨다. 출발지와 목적지만 있고 그 사이의 내용은 생략된다. 강원도 동해안 가는 길이 특히 심하다.

직선으로 뚫린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총알처럼 서울과 바다를 왕복한다. 허망한 왕복달리기이다. 여행의 기쁨 중 절반 이상을 포기하는 ‘짓’이다. 강원도의 속살은 바다만큼 아름답고 깊다. 동해안으로 가고 오는 길, 그 속살을 들여다보자. 이번 장마에 비가 많이 온 지역이기도 하다. 백두대간 넘는 3곳의 길을 따라 여행을 살찌울 명소들을 짚어본다.

A코스:손때 타지 않은 원시의 비경들

6번국도, 44번국도를 이용해 북부 동해안으로 가는 길이다. 수해 피해가 가장 컸던 지역을 지난다. 한계령 고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복구가 끝나 여행하는 데에 큰 불편은 없다. 워낙 명소가 많고 길이 잘 연결되어 있어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

인제군 기린면으로 슬쩍 방향을 바꾼다. 31번 국도를 타고 현리를 지나면 방태산 자락. 휴양림중 가장 아름답다는 방태산자연휴양림이 있고, 열목어 펄떡이는 청정계곡인 진동계곡과 미산계곡이 산자락을 휘감고 있다. 방동약수와 개인약수에서 목을 축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진동리에서는 원시림 트레킹과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곰배령과 아침가리계곡은 원시 자연 그 자체를 체험할 수 있는 계곡 트레킹 코스이다. 야생화 천국인 곰배령에 오르려면 인제국유림관리소(033-463-8162, 9)에 하루 전 신고를 해야 한다. 기린면을 가로지르는 내린천은 남한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래프팅을 즐길 수 있는 곳. 지금 수량이 적당하다.

인제에서 속초 가는 길의 미시령에는 터널(통행료 소형 2,800원, 중형 4,800원, 대형 6,200원)이 뚫렸다. 그래서 미시령 고갯길은 한산하다. 울산바위 등 설악산의 위용을 잘 볼 수 있다.

속초에서 북쪽으로 오르거나, 진부령을 넘으면 금강산자락의 고성이다. 금강산을 대표하던 큰 사찰이었던 건봉사는 전란을 겪으며 황량한 터만 남았었다. 수년 전부터 중층불사가 한창이다.

돌아오는 길. 인제를 지나 만나는 홍천 또한 심산유곡. 아름다운 수타사 계곡이나 팔봉산을 끼고 흐르는 홍천강은 물속에 다리를 담그고 견지낚시를 하기에 제격이다.

추천 맛집 3(지역번호 033)

양지말화로구이:고추장 삼겹살, 홍천군 44번 국도변, 435-7533

진동산채가:산채비빔밥,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버스종점, 463-8488

박포수가든:막국수, 고성군 화진포 7번국도변, 682-4856

B코스:산골마을을 관통하는 드라이브

42번 국도는 인천에서 동해시까지 한반도의 허리를 관통하는 길이다. 인천에서 원주까지는 도회지를 지나는 4차선 도로지만, 이후는 횡성, 평창, 정선 등 강원도의 ‘진짜’ 산골을 지난다. 멋있고 맛있는 길이다.

산골길은 새말에서 시작된다. 문재라는 고개를 넘으면 찐빵마을 안흥이다. 소박했던 시골마을은 오로지 찐빵 덕분에 번듯한 신식마을로 거듭났다. 상점 대부분이 찐빵집이다. 한 박스 사면 여행 내내 즐거운 간식이 된다. 평창읍에서 가까운 뇌운계곡, 평창강유원지 등도 다리를 쉬기에 좋은 곳이다. 평창에 또 하나의 명소가 생겼다. 영화 ‘웰컴투 동막골’의 촬영장이다. 영화 속 마을이 실물 그대로 관광객을 맞는다. 영화를 봤기 때문에 찾아 온 것인지 촬영장을 둘러보는 사람들의 대화가 모두 강원도 사투리로 바뀐다는 점이 재미있다.

정선 읍내에 들어가기 직전에 선택의 기로에 선다. 왼쪽 읍내로 방향을 잡으면 42번 국도를 타고 동해시에 가는 것이고, 직진해 59번 국도를 선택하면 정선의 동면을 거쳐 삼척시나 태백쪽으로 빠진다.

우선 42번 국도를 선택하면 정선읍내(정선장 2, 7일), 오대천, 아우라지, 구절리 등의 관광명소와 만난다. 구절리에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오장폭포가 있다. 요즘 수량이 많아 장관이다. 폭포 바로 옆으로 굵은 다리를 놓았는데, 그래서일까 폭포 주변의 토사가 모두 흘러내렸다.

요즘 정선 관광에서 구절리역과 아우라지역(예전의 여량역)의 7.3km를 잇는 레일바이크(www.ktx21.com, 2인승 1만8,000원, 4인승 2만6,000원)가 하이라이트로 떠올랐다. ‘어떻게 땡볕 아래서 힘들게 발로 패달을 지치느냐’고? 구절리에서 아우라지로 향하는 철길은 대부분 내리막이다. 거의 브레이크를 잡고 내려간다. 철길 따라 이어지는 송천의 맑은 물과 깊은 터널의 냉장고 같은 한기를 느끼는 ‘납량바이크’이다. 1일부터 아우라지역에서 구절리역까지 바이크 탑승객을 꼬마열차에 태워 이동시키고 있다.

59번 국도를 타면 화암관광단지에 들어선다. 옛 금광을 개조해 만든 테마동굴 ‘화암동굴’을 비롯해 화암약수, 몰운대, 광대곡 등 아름다운 명소가 즐비하다. 화암약수에서 시작되는 정선소금강 산행이 ‘강추 코스’. 소금강을 관통하는 421번 지방도로를 타면 사북과 고한에 닿는다. 내친 김에 강원랜드 카지노에 들러 ‘소액투자’를 한 번 해보는 것은 어떨지.

정선은 강원 산골 토속음식의 백화점이다. 황기족발, 콧등치기메밀국수, 올챙이국수, 메밀전, 메밀전병, 곤드레나물밥, 옥수수막걸리, 메밀묵사발 등등. 구수하면서 자극적이지 않아 많이 먹게 된다.

추천맛집 3 (지역번호 033)

심순녀안흥찐빵:찐빵, 횡성군 안흥마을 내, 342-4461

동광식당:황기족발ㆍ콧등치기국수, 정선읍 정선역 부근, 563-3100

:곤드레나물밥, 정선군 임계면 가목리 백복령 정상부근 쉼터 먹거리촌,

C코스:강과 산을 휘감는 깊은 울림의 길

서울을 기준으로 볼 때 동해안으로 닿는 가장 길고 험한 길이다. 그러나 아름답다. 눈이 만족스러운 여행을 보장한다. 최근 제천에서 시작해 영월을 지나 정선으로 가는 38번 도로가 직선화돼(제한속도 80~90km) 명소들을 그냥 지나칠 수 있다. 미리 지도를 보고 단단히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아니면 아예 옛길로 방향을 잡는다.

중앙고속도로 신림IC에서 빠져 88번 지방도로를 탄다. 처음 들르는 곳은 주천. 약 2시간 정도의 시간을 내 남한 5대 적멸보궁 중 하나가 있는 법흥사로 방향을 잡는다. 서강의 상류인 주천강을 따라 요선정, 요선암 등 아름다운 강변풍경이 이어진다.

영월에는 아름다운 명승은 물론 역사적인 명소도 많다. 들어서면 선돌이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는다. 소나기재 정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약 50m를 걸으면 영월 서강의 제1경인 선돌이 보인다. 톱으로 큰 바위를 잘라놓은 듯한 기이한 형상의 바위이다. 이어서 단종을 모신 장릉. 능을 에워싼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모두 단종의 능을 향해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다는 점이 신기하다. 그 밖에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 방랑시인 김삿갓(김병연)의 묘에 조성해 놓은 김삿갓공원, 고씨동굴, 동강 어라연 등 영월을 모두 돌아보려면 1주일이 모자란다. 꼭 가고 싶었던 곳만 ‘엄선해서’ 찾아보고 태백행을 서두른다.

태백에 들어서면 일단 시원하다. 해발 700m 이상의 고지에 위치한 도시이다. 단군께 제를 드리는 천제단을 보고 싶다면 왕복 4~5시간 정도 걸리는 태백산 산행을 감행한다. 험한 코스가 별로 없어 아이를 업고도 오르는 사람이 많다. 등산이 별로라면 태백산 아래의 당골광장과 석탄박물관 등에서 태백의 역사를 읽을 수 있다.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 등을 돌아보며 태백이 무척 높은 땅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태백에서 동해안으로 내려가는 길은 통리 삼거리에서 갈린다. 왼쪽 38번 국도는 도계를 거쳐 동해시로 빠지는 길이고, 오른쪽 427번 지방도로는 삼척시 원덕항으로 이어지는 도로이다. 38번 국도는 영동선 철도, 오십천 강줄기와 나란히 간다. 찻길과 강과 철로가 겹치는 곳은 대한민국에 별로 없다. 드라이브에 좋다. 중간에 만나게 되는 덕항산과 환선굴은 삼척 여행의 필수 코스이다.

427번 지방도로는 아름다운 계곡과 함께 한다. 동활계곡이라 불린다. 미인폭포와 통리 협곡, 신리 너와집, 덕풍계곡 등이 이 길과 통한다.

추천 맛집 3 (지역번호 033)

장릉보리밥집:보리밥정식, 영월읍 장릉 옆, 374-3986

태백산청정해물:해물요리, 태백시 소도동, 552-1931

부일막국수:막국수, 삼척시 성내동, 572-1277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강원=글ㆍ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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