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한나라당 최고ㆍ중진 연석회의. 굳은 표정의 강재섭 대표가 입을 열었다. “김병준 교육 부총리가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위를 연 것은 사실상 그의 요구를 수용해 준 것으로 잘못된 전략이었다.” 전날 국회 교육위 청문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무기력한 대처가 논란이 되자 강 대표가 원내대표단의 전략 부재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옆 자리에 앉은 김형오 원내대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3일 김 원내대표가 반박에 나섰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원내대표는 “국회 교육위가 준비기간과 정보 부족으로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는 “현안이 있다면 여야가 합의해 상임위를 열어야 한다”며 “이는 상임위 자율성에 관한 문제이고 이런 정신은 존중돼야 한다. 이것이 국회가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을 맺었다. 말투는 차분했지만 내용엔 날이 서있었다. 강 대표의 장군에 멍군으로 답한 것이다.
최근 한나라당 투톱 간에 이상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지난달 28일엔 강 대표가 ‘참정치실천운동본부’를 정식 출범시키려 했지만 김 원내대표가 “구체적인 내용부터 갖추고 시작해야 한다”며 제동을 건 일도 있었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양측 설명과 달라 신경이 곤두선 모습이다.
문제는 향후 투톱간 갈등이 본격적으로 빚어지면 제어와 조정이 쉽지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투톱이 이끌어가는 지도 체제에서 양측 갈등은 필연적이다.박근혜 전 대표 시절에도 박 전 대표와 원내대표 간에 갈등 전선이 종종 그려졌다. 하지만 결국 박 전 대표의 승리로 봉합 되곤 했다. 어떤 원내대표든 박 전 대표의 정치력 영향력 앞에 굴복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재섭-김형오 체제는 이전과는 양상이 다르다. 양측간 무게 중심추가 이전 보다는 가운데 쪽으로 가 있다. 투톱간의 갈등이 벌어지면 쉽사리 봉합 되기 어려운 조건이다. 특히 강 대표는 박 전 대표의 지원 하에 선출됐고, 김형오 원내대표는 중도를 표방하면서 당선됐다. 대권주자에 대한 인식과 입장이 다르다. “앞으로 한나라당에선 투톱 갈등이 일상사가 될 가능성이 많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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