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의 주인이 투수에서 타자로 바뀌었다.
김병현(27ㆍ콜로라도)의 호투가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렸던 쿠어스필드를 투수친화형으로 바꾸는 데 한몫하고 있다. 해발 1,600m 고도에 위치해 공기저항이 적어 타구가 멀리 날아갔던 쿠어스필드의 변신에 ‘음모론’까지 제기될 정도다.
▦‘무덤’에서 희망 찾은 핵잠수함
김병현은 3일(한국시간) 쿠어스필드에서 벌어진 밀워키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7피안타 1실점으로 시즌 7승(6패)째를 거뒀다. 평균자책점은 4.57로 낮아졌다. 8이닝은 1999년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김병현이 소화한 개인 최장 이닝. 애리조나와 보스턴 시절부터 끊임없이 선발 전환을 모색했던 김병현이 ‘스타터’로 완전히 자리잡았다는 증거다. 데뷔 이후 첫 10승 달성도 가능해 보인다.
김병현은 1회 집중 4안타로 4점을 뽑아준 타선의 지원을 등에 업고, 최고의 피칭을 했다. 2회부터 4회까지 매회 2루타를 맞았지만 후속 타자를 봉쇄했다. 8회 1사 2루에서 토니 그윈 주니어의 중전 적시타로 1점을 내준 게 유일한 실점. 106개의 공 가운데 77개가 스트라이크일 정도로 공격적인 피칭을 했다. 콜로라도는 밀워키에 8-2로 크게 이겼다.
▦2.75-쿠어스필드의 역대 최저 방어율
놀라운 것은 쿠어스필드에서 거둔 김병현의 성적. 올 시즌 7승 가운데 5승을 쿠어스필드에서 건졌고, 평균자책점은 2.75를 기록했다. 콜로라도 구단 사상 선발투수가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것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최저 기록은 지난 2002년 데니 스탁으로 3.21의 평균자책점을 마크 했고, 2004년엔 조 케네디가 3.59를 기록한 게 전부다.
▦볼 바꿔치는 것 아냐?-음모론
콜로라도 구단은 지난 2002년부터 경기에 사용하는 공을 습도 조절실에서 보관해 오고 있다. 물기를 머금은 공이 멀리 날아가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한 조치였다. 그런데 밀워키의 내야수 제프 시릴로가 “콜로라도가 공수교대 때 공을 바꿔 치기 할 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콜로라도 구단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쿠어스필드에선 올시즌 11차례의 완봉 경기가 나왔고, 콜로라도는 이 경기 가운데 6승5패를 기록중이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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