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중심의 권위주의 때문에 직장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각한 한국에서 최근 여성들의 인식 전환이 이뤄지면서 기업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3일 보도했다.
한국은 아시아 4위의 경제대국으로 여성 근로자들이 꾸준히 증가, 5월 현재 직장근로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49.8%에 이른다.
직장에서의 여성에 대한 차별은 뿌리가 깊다. 여성들은 아이를 가지게 되면 일을 포기하도록 종용 받는다. 때문에 극히 소수의 여성들만이 기업체 임원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1,0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546개의 사기업과 정부 부처 및 공기업의 경우 임원진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3.3%에 불과했다. 게다가 320개 사기업과 95개의 공기업 중 사장, 최고 경영자 등 중역진에는 여성이 단 한명도 없다. 삼성그룹은 전체 간부 중 25%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1,300명의 임원 중 여성은 12명에 그쳤다. KT는 여성임원이 4명이고, 현대차나 포스코는 전무하다. 이 때문에 여성 임원들은 직장에서의 차별을 ‘유리 천장(glass ceiling)’을 넘어 ‘콘크리트 천장’이라고 자조하고 있다. 차별은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구분해온 오랜 유교적 전통에 기인한다. 인재 소개업체인 핼시언리서치의 캔디스 김은 “한국에서 여성들은 대부분 비서나 통역사로 고용되고 진급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며 “고용주들도 여성이 결혼하거나 임신하면 떠난다는 편견으로 투자할 생각을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근로여성 중 20%만 이용할 수 있는 보육시설의 부족도 여성들이 직장을 그만두게 하는 이유다.
그러나 여성의 이 같은 부정적, 패배주의적 인식이 최근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다. 특히 정치분야에서 여성들의 활약은 확연하다. 한명숙 의원이 올 초 국무총리에 임명됐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차기 대선 후보 중 선두주자가 되었다. 박 전 대표는 “과거와 달리 요즘은 여성이 어느 분야에서나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계지출, 특히 교육비의 증가는 더 많은 여성들을 직장에 머물게 한다. 다국적 기업들의 여성 중용현상도 직장 내 장벽들을 허무는 계기가 되고 있다. 가구당 출산율이 개도국 중 최저인 1.08명으로 하락하면서 노동력이 부족해진 것도 여성의 사회참여를 활발히 하는 요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달 “한국 기업들이 주부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을 보다 유동적으로 조정하지 않으면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 기업들이 눈부신 성장을 지속하려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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