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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뉴 딜과 배드 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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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뉴 딜과 배드 딜

입력
2006.08.03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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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규제의 상징처럼 돼버린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논의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 회장단과 잇따라 만나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전제로 출총제 조기 폐지, 기업경영권 보장 등의 당근을 주는 ‘뉴 딜(New Deal)’을 제안했다.

반면 칼자루를 쥔 공정거래위원회는 순환출자를 규제하는 대안을 마련한 후 출총제를 없애는 게 바람직하다며 맞서고 있다. 권오승 공정위원장은 “환상형 순환출자는 적은 자본금을 부풀려 기업집단을 유지ㆍ확장하는데 악용되고 있다”며 “이는 상호출자를 금지하는 현행법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의 순환출자 규제 방안에 대해 재계는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격’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투자심리 회복 차원에서 규제를 풀어주려는 여당과는 달리, 더욱 강도높은 재벌 규제카드를 내놓으려는 공정위의 행보에 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벌들은 계열사간 순환출자를 억제하는 공정위 방안은 그룹 해체를 겨냥한 ‘초강력 미사일’이 될 것이라며 긴장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공정위의 출총제 대안은 기업경영을 더욱 옥죌 수 있는 만큼 차라리 출총제가 유지되는 게 낫다”고 밝혔다.

이 제도 도입 시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 순환출자를 통해 그룹체제를 지탱하고 있는 대부분 재벌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오너 지분이 적은 상황에서 순환출자 지분에 대한 해소명령이나 의결권 제한 조치가 내려질 경우 그룹 해체는 물론 주력사들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벌 계열사들이 순자산의 25%이상을 계열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하는 출총제는 그 동안 재벌의 문어발확장과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했다. 하지만 재벌들은 출총제가 신규 투자를 가로막는 족쇄가 되고 있다며 이의 폐지를 촉구해왔다.

여기서 생각해볼 것은 기업 지배구조를 정부가 획일적으로 규제하는 게 타당한가 하는 점이다. 공정위는 황제경영과 순환출자를 차단하기위해 지주회사 전환, 순환출자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배구조는 주주와 시장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잭 웰치 전GE회장은 전문경영인으로 20년간 무소불위의 황제경영을 했지만, GE를 세계최고의 기업으로 성장시켜 주주들을 만족시켰다. 지난해 매출 60조원과 순익 8조원을 낸 삼성전자는 외국인이 60%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래도 외국인들은 이건희 회장 등 경영진의 지배구조에 대해 감놔라 배놔라 하지 않는다.

이익을 많이 내서,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세금도 많이 내는 기업이 좋은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이다. 재벌들이 가공(架空)자본을 형성해 사업확장을 하다가 부실화한다면 주주들이 각종 소송과 주식 매도로 경영진을 ‘보복’할 것이다.

공정위는 기업을 옥죄는 정책을 쏟아낼 것이 아니라, 획기적인 규제완화를 통해 투자활성화에 힘써야 한다. 여권이 모처럼 내놓은 친기업적인 뉴 딜 구상이 정책당국의 밥그릇지키기에 밀려 배드 딜(Bad Deal)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이의춘 산업부장 직대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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