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교육 부총리가 취임 13일만에 물러나기로 함으로써 주요 교육 정책의 장기 표류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후임 인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한 달 이상 계속되고 있는 ‘교육인적자원부 개점 휴업’ 상태가 당분간 이어질 상황을 맞고 있다. ‘교육 실종’ 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산적한 교육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후임 부총리가 빨리 임명돼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하순 이후부터 핵심 정책 결정에 대한 논의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김진표 전 부총리가 ‘외국어고 다른 시도 지원 제한’ 파장으로 6월30일 사의를 밝힌 이후 결재를 후임자에게 넘겼으나 결과는 엉망이었다. 지난달 21일 취임한 김 부총리는 임기 첫날부터 논문 시비에 휘말리면서 정책 결정은커녕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김 부총리 논문 의혹이 드러난 이후 정책추진 관련 회의를 단 1차례도 열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육정책 논의 대신 해명자료 등을 내는 데 교육부 전체가 매달렸다는 것이다.
교육 수장이 당장 판단을 내려야 할 교육정책은 곳곳에 널려 있다. 가장 시급한 현안이 2008학년도 대입제도 정착 관련 부분이다. 교육부는 학교생활기록부(내신) 비중 강화, 대학수학능력시험 비중 약화를 골자로 하는 2008학년도 대입제도개선방안을 내놓았을 뿐 후속 대책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 대학들이 구체적인 전형계획을 하루 속히 발표토록 독려해 수험생들의 혼란을 막아야 하지만 교육부총리의 ‘다른 일’로 일손을 놓았다. 교육부에는 2008 대입전형계획에 대한 학부모와 수험생들의 문의와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교장공모제 도입을 담은 교원승진 임용제도 개선 방안도 제자리 걸음이다. 교육부는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가 주도하는 이 방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하지만 논의를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 교원단체와의 첨예한 이해 관계로 교육부총리가 직접 조율에 나서야 하는 교원성과급제, 교원평가제 확대 시행 등도 관심사에서 멀어져 있다. 교육부는 당초 10일 김 부총리 판단을 담은 주요 교육현안 추진 방향과 대책 등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었으나 부총리 사의로 무기 연기했다. 한 학부모 단체 관계자는 “우리나라 교육은 비상 상황이나 마찬가지”라며 “교육부총리가 단명하는 악순환을 털어야만 교육대계를 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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