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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부총리 사의/ 김병준 부총리의 숨가빴던 2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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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부총리 사의/ 김병준 부총리의 숨가빴던 24시간

입력
2006.08.0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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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부총리의 청문회에서부터 공식 사의표명까지는 꼬박 24시간이 결렸다. 이 만 하룻동안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과 한명숙 총리, 청와대 이병완 비서실장 등 당정청의 핵심들은 김 부총리의 ‘명예퇴진’을 이끌어내기 위해 숨가쁜 막후 조율을 벌였다.

1일 오전 10시 김 부총리가 청문회 시작 직전 모두발언에서 “제가 이 자리에 선 것은 자리에 연연해서가 아니라 진실을 위한 절박한 심정 때문”이라고 말을 했을 때, 이미 그는 사퇴하기로 마음을 굳힌 듯 보였다. 이에 앞서 열린 국무회의에 이종서 교육부 차관을 대신 보낸 것도 김 부총리가 사퇴를 결심했다는 정황 증거가 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청문회가 진행되면서 김 부총리의 태도에 변화가 일었다. 여야 교육위원들의 혹독한 공세에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또박또박 항변하던 김 부총리는 오후 청문회에선 “이미 사과한 논문 중복 게재 때문에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퇴의향을 묻는 기자들에게는 “사퇴는 무슨 사퇴냐”며 면박까지 줬다. 김 부총리의 자진사퇴는 물 건너가는 듯했다.

한 총리의 움직임이 다시 바빠졌다. 한 총리는 청문회를 마친 후 집으로 돌아온 김 부총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둘은 만찬을 함께 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김 부총리는 집 앞에 기자들이 많아 나가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했고, 한 총리는 “고생했다”고 위로하는 것으로 운을 뗐다. 그러나 한 총리는 “이미 거취문제는 정치적 이슈가 됐다”는 점을 환기하면서 자진사퇴를 권했다. 사퇴를 하지 않을 경우 해임건의안 제출이 불가피하다는 뜻도 전했다.

김근태 의장의 움직임도 긴박했다. 김 부총리의 예상 밖 태도에 우리당 내의 사퇴 불가피론은 더욱 강경하게 비등했다. 김 의장은 밤 9시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당론을 수렴하는 등 김 부총리를 재차 압박했다. 회의에서는 김 부총리의 사퇴를 공개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회의 후 김 의장은 당내 분위기를 한 총리에게 전했고, 한 총리는 다시 김 부총리와 접촉했다. 김 의장 등 여당 수뇌부와 이 실장 등 청와대 측과의 접촉도 밤새 이어졌다. 당정청의 이 같은 움직임은 결국 김 부총리의 결단을 유도한 셈이 됐다.

2일 오전 7시.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김 부총리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부총리는 “청문회를 통해 의혹이 많이 해소됐고,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더 이상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이번 일로 고통을 받은 가족과 쉬고 싶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30분 후. 한 총리는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한 김 부총리로부터 전말을 듣고, 회의 후 30여분간 권오규 경제부총리, 김영주 국무조정실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김 부총리와 환담을 나누며 사의 표명 시간과 방법 등을 조율했다. 한 총리는 “김 부총리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엄청난 아픔을 겪으면서도 정치적 결단을 내려준 데 대해 감사와 위로를 드린다”는 말로 길고 길었던 신경전을 마무리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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