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6일, 미국이 감행한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는 20세기의 과학기술과 정치가 복잡하게 얽힌 위험한 도박이었다. 원폭 투하는 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가져왔지만, 2만여명이 희생되고 그 후손들이 끔찍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인류사 최악의 비극을 낳았다.
EBS는 첫 원폭 실험 이후 원폭이 투하되기까지 3주간의 긴박했던 순간들을 재구성하고 원폭 투하가 세계사에 미친 영향을 다각도로 조명한 다큐스페셜 ‘히로시마, 1945년 8월6일’을 4일과 11일 밤 11시에 방송한다.
1945년 7월 미국 뉴멕시코의 사막 한 가운데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맨하탄 프로젝트’로 알려진 미국의 원폭 개발 계획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트루먼 당시 미국 대통령과 제임스 스팀슨 국방장관은 “더 이상의 피해를 줄이고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 일본에 이 신무기를 투하하기로 결정했다. 8월 6일 아침, 미국 최정예 병사들로 구성된 폭격조는 히로시마 상공으로 날아가 ‘리틀보이’란 애칭을 단 원자폭탄 1호를 투하했고, 히로시마의 평화로운 아침은 순식간에 무시무시한 불기둥과 버섯구름에 휩싸인 채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당시 작전 지휘관 폴 티베츠 등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을 만나 원폭 투하 순간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듣는다. 또 “원폭 희생자 수의 몇 배에 달하는 인명을 구했다. 전쟁터에서 죽을 운명이던 많은 젊은이들, 미국은 물론 일본 쪽의 희생도 줄여준 것”(티베츠)이라는 자부심과 자신의 손으로 수많은 목숨을 앗았다는 죄책감 등 엇갈리는 소회도 들어본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여전히 악몽에 시달리는 생존자들의 분노와 슬픔도 전한다. 한 생존자는 “갑자기 검은 비가 세차게 내렸는데 오랜 갈증 때문에 사람들이 비를 받아 마셨다”는 끔찍한 일화를 전하며, 또 다른 생존자는 “죽음의 도시가 그랬을까, 온통 죽은 사람들 뿐이었다. 살아있는 건 우리밖에 없었다”고 회고한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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