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이 고 정몽헌 회장의 3주기를 맞아 재도약을 선언한다.
현 회장은 4일 금강산에서 고 정 회장 3주기 추도식을 가진 뒤 신입사원 수련회에서 400여명의 임직원을 상대로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현 회장은 이 자리에서 "고 정주영 명예회장님의 뜻과 열정, 고 정몽헌 회장의 눈물과 노력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 등 민족의 통일을 준비하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며 "비록 남북관계에 일시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고인들의 유지를 받들어 흔들림없이 대북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할 계획이다.
나아가 그룹의 모태격인 현대건설을 반드시 되찾아 '현대가(家)의 적통'을 잇고, 옛 현대그룹의 위상을 복원하겠다는 각오도 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현 회장에게 지난 3년은 시련과 보람이 교차하는 시기이자, 경영자로서의 저력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총수의 아내'에서 하루 아침에 경영인, 그것도 빚더미에 올라앉은 그룹의 '사령탐'을 맞게 된 그녀는 시삼촌인 정상영 명예회장의 KCC그룹, 시동생인 정몽준 의원의 현대중공업 그룹과 두 차례나 경영권 분쟁을 겪어야 했다.
또 그룹 내 최고 실세이자 대북사업을 총괄했던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을 경질했고, 이 과정에서 북측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임직원 자녀들의 졸업선물까지 챙기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 북측의 불합리한 요구(김윤규 전 부회장의 복귀)를 단호히 거부할 만큼 남성을 능가하는 뚝심, 초보 답지 않은 능숙한 경영능력으로 현 회장은 그룹 안팎의 도전을 이겨냈고, 2년 연속 전 계열사 흑자까지 일궈냈다.
그룹 인사들조차 이런 '현 회장의 힘'에 놀라는 분위기다. 현대 관계자는 "정도(正道)에 대한 고집과 섬세함이야말로 숱한 위기를 이겨낸 현 회장의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3년의 시련기를 통해 경영자로서 1차 시험대를 통과한 현 회장의 현재 시선은 9월부터 본격적 매각작업에 들어갈 현대건설 인수에 맞춰져 있다. 현대건설 인수는 그룹의 정통성 회복이라는 명분, 개성공단개발 등 대북사업을 위한 현실적 필요성이 맞물린 사안으로 현 회장이 그룹 총수로서 능력을 검증 받을 최종관문이기도 하다.
더욱이 현대건설은 현대상선 지분 8.30%를 보유하고 있어, 현대중공업그룹으로 넘어갈 경우 양측의 현대상선 지분차이(현재 현대그룹 40.54%, 현대중공업 31.37%)가 1%안팎으로 줄어들게 돼 또다시 경영권 분쟁에 휩싸일 수 있다. 그룹 지배력 확보와 경영권 안정을 위해서도 현대건설은 결코 놓칠 수 없는, 전략적 고지다.
현대건설 인수에 들어갈 돈은 대략 5조~6조원대. 이미 상당액의 실탄을 확보한 현대중공업에 맞서기 위해 현대그룹측은 컨소시엄 파트너를 물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우리도 흑자경영, 유상증자 등을 통해 2조원 가량의 자금을 마련해 놓고 있다"며 "오히려 30여년 동안 자금동원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갖고 있고 다양한 금융기법을 구사할 수 있는 현대증권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우리가 한층 유리하다"고 자신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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