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중견 법관에 이어 일선 법관 900여 명의 등록재산을 실사, 부실 신고자 49명을 가려냈다고 한다. 대부분이 은폐 의도는 없는 단순 오류이고, 고의성이 있어 경고ㆍ주의를 준 법관은 2명뿐이라는 얘기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그러나 잇단 법조 비리로 사법부의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서 스스로 윤리의식을 높이려는 의지로 평가하고 싶다.
윤리의식 향상이 한층 절실한 변호사 업계의 자정 움직임도 눈에 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비리행위로 하급심에서 집행유예 이상을 받은 변호사 9명의 업무정지를 법무부에 요청했다. 변호사법 규정에 따른 것이지만 지금껏 비리 변호사의 업무정지를 먼저 요구한 적은 없다니, 심각한 국민의 불신을 뒤늦게나마 깨달은 것으로 볼 만하다.
그러나 흔히 그렇듯 이런 움직임이 대법원과 변협 수뇌부의 의지를 홍보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대법원은 재산 실사뿐 아니라 사건 청탁과 전관 예우 등 고질적 비리 예방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오랜 관행을 깨는 충격 처방이라지만, 진작에 했어야 마땅한 일들이다. 그런데도 이런저런 불평이 들리는 것은 법관들의 고고한 자존심의 표현이기보다, 여느 공직자에 비해 엄격한 윤리기준을 지녀야 할 본분과 위상을 스스로 가벼이 여기는 탓으로 비친다. 법원 전체의 각성이 필요하다.
변협의 조치는 엄밀히 보아 비리 관행을 스스로 척결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변협은 앞서 변호사 등록을 신청하는 전직 판ㆍ검사의 재직 중 비리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도 마련했다. 모두가 검찰과 법원이 이미 제재한 이들에게 과거와 달리 변호사 업무를 못하게 하는 것일 뿐이다.
대상은 비리를 저지르는 변호사의 극히 일부에 불과할 터이고, 업무정지나 등록거부를 얼마나 지속할지도 알 수 없다. 지금도 비리 변호사들은 한동안 문을 닫았다 슬며시 다시 열고 있다. 진정한 자정 의지를 보이려면 변협에 위임된 자율적 비리 감시권과 제도부터 제대로 운용해야 한다.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식의 발상으로는 불신을 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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