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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주 화백 "화폭에 깃든 이웃사랑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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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주 화백 "화폭에 깃든 이웃사랑 나눠요"

입력
2006.08.02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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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8단지 모퉁이 포장마차. 퇴근길 직장인들이 소주 한잔 하러 들르는 10평 남짓한 공간에 갤러리에서나 볼 법한 수묵화가 가득 걸려 있다. 달빛을 받으며 흔들리는 대나무, 눈 속에 묻힌 매화, 소담한 자태의 난…그림이 풍기는 고매한 기품에 취해 손님들은 여름밤 무더위도 잠시 잊는 듯했다.

“그림이 마음에 들면 수재민돕기 성금을 내고 가져 가세요.”

능숙한 칼 솜씨로 안줏감을 손질하던 포장마차 주인이 손님들에게 말했다. 청곡(淸谷) 이용주(59) 화백이다. 한국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알 만한 중견화가가 바로 이 포장마차의 주인이다. 이 화백은 “큰물에 집과 논밭이 휩쓸려버린 수재민들을 돕기 위해 포장마차 전시를 시작했다”며 “돈이 모이면 쌀과 옷가지 등을 사서 강원 인제군 수해지역을 찾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화백은 본래 자신의 작품을 팔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6대째 수묵화가 집안의 후손인 그는 “그림을 팔아 먹고 사는 환쟁이가 되지 말고, 덕이 없는 자에게는 그림을 주지 말라”는 유훈을 아직까지 거스르지 않고 있다. 한국미술대전 대상 등 각종 대회에서 30여 차례 수상하는 등 이름을 얻었음에도 포장마차를 하면서 어렵게 생활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 화백은 “수재민을 돕고 싶은데 돈이 없어 그림을 내놓았다”며 “그림 값이 아니라 수재민을 위한 성금을 받는 것인 만큼 선조의 뜻을 훼손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이번 포장마차 전시에서 내 놓은 그림은 50여 점이다. 모두 자신의 첫 개인전이자 회갑 기념전을 준비하면서 그린 작품들이다. 그렇지만 그는 표구 값 정도의 성금을 받고 아낌없이 피붙이 같은 그림을 떠나 보내고 있다.

이 화백은 이전에도 자신의 그림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는 대신 장애인 시설이나 고아원에 기부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그림이야 다시 그리면 되지만 마음의 상처는 쉽게 치유할 수 없는 것”이라며 “내 그림을 가져가는 사람들이 이웃을 보살피는 마음을 나눠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장마차 전시회는 10일까지 이어진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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