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등 미국 북동부의 대도시가 더위를 먹었다. 서부 캘리포니아주에서만 13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며 맹위를 떨친 무더위가 동진, 1일 북동부 대도시 지역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1일 한낮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수은주는 섭씨 38도까지 치솟으며 올들어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5일간 시카고를 괴롭힌 이번 무더위로 일리노이주에서만 3명이 숨졌다. 볼티모어도 37도까지 올랐고, 뉴욕과 워싱턴은 각각 35도와 36도를 기록했다. 여기에 습도까지 한몫하면서 체감온도는 42도를 넘나들었다.
뉴욕 워싱턴 필라델피아 보스턴 등 북동부 대도시에서는 2일도 기온이 38도에 육박하고 체감온도는 46도를 넘을 것으로 예보됐다. 미 국립기상청은 뉴욕 등 북동부 지역에 폭염 경보를 발령했다. 이번 무더위는 3일까지 기승을 부린 뒤 주말부터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이번 무더위가 미국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1936년 7월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 국립기상청은 지난 2주동안 서부와 동부에서 경신된 최고기온 기록이 50건 이상이라고 밝혔다. 게리 콩트 기상청 특보 담당 기상관은 “이번 무더위는 뉴욕과 뉴저지에서 43명이 숨졌던 99년 7월과 상황이 매우 흡사하다”고 말했다.
기록적인 더위로 인한 인명 손실과 전력 수요 증가로 인한 정전 사태 등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2003년 캐나다의 온타리오주와 미국의 8개주의 전력 공급이 끊겨 5,000만 가구가 피해를 입었던 북미 최악의 정전 사태가 재연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카고에서는 사우스 사이드 지역의 2만가구 주민들이 31일 밤 전기가 끊겼으나 전력 공급이 복구되지 않자 1일 대피 소동을 벌였다. 애틀랜타에서는 15세의 고교 미식축구 선수가 땡볕 더위 속에서 연습을 마친 뒤 쓰러져 숨지는 등 지금까지 미 전역에서 무더위로 인한 사망자수는 최소 136명에 이른다.
인구 800만의 뉴욕시는 본격 무더위가 시작되자 비상이 걸렸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더위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매우 심각하고 위험하다”며 폭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규모 정전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에너지 절약에 힘써달라고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뉴욕 시 당국은 전력 공급에 차질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지난달 말 퀸스 지역의 정전사태로 주민 10만명이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방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뉴욕시는 주요 다리의 야간 조명을 줄이고 시 청사의 최저 냉방 온도를 25.6도로 제한하는 등 에너지 절약 지침을 마련했다. 또 시민들이 무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시내에 수백곳의 ‘쿨링 센터’를 열고, 공영 수영장도 개장 시간을 연장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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