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동호(32)씨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영화 개봉일인 지난달 27일 극장에서 관람했다. 그리고 주말인 다음날 여자친구와 함께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에 간 이씨는 어이없는 상황에 처했다. 전체 16개 스크린 중 7개관을 ‘괴물’이 점령한데다, 나머지 스크린도 ‘카’ 등 애니메이션 영화나 ‘한반도’ 같은 이미 관람한 영화들로 채워져 있어 볼 만한 영화가 없었던 것이다. 이씨는 “‘괴물’을 본 사람이나 ‘괴물’을 볼 생각이 없는 사람은 극장에 오지 말라는 소리”라며 “다양한 영화를 골라보려고 멀티플렉스에 갔는데 주차비만 내고 그냥 나왔다”고 말했다.
‘괴물’과 ‘한반도’를 본 사람은 당분간 극장에 가기 어렵게 됐다. 8월2일 현재 전국 1,600여개 스크린 중 괴물이 620개, ‘한반도’가 448개 스크린을 차지하면서 이 두 영화를 이미 봤거나 볼 의향이 없는 사람들에게 극장가는 개정 휴업 상태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320개의 스크린을 잡아놓고 3일 개봉하는 이문식, 이준기 주연의 ‘플라이대디’까지 가세하면 한국영화 3편이 전국 스크린의 80% 이상을 싹쓸이하는 셈이다.
게다가 나머지 스크린도 여름방학 특수를 노린 어린이 영화나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처럼 막바지 흥행을 향해 달리고 있는 기존 히트작들이어서 당분간 신작 영화를 감상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두 달 넘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점령당했던 국내 박스오피스를 탈환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물량 공세를 퍼붓는 이들 초대형 영화가 반토막으로 축소된 스크린쿼터를 모두 채워버리는 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박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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