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간판 스트라이커로서 화려한 선수 생활을 했던 ‘독수리’ 최용수(33) FC 서울 플레잉코치가 그라운드를 떠난다. 오는 5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도쿄 FC와의 친선경기를 끝으로 25년 간 누벼온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는 최 코치의 ‘은퇴의 변’을 전화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 5일 도쿄FC 친선경기서 공식은퇴… 월드컵본선 출전기회 적어 아쉬워, 선수와 신뢰쌓는 지도자 되고싶어
선수 생활 후회는 없었다
최 코치는 “홀가분하다”는 말로 은퇴 소감을 밝혔다. 힘든 시절도 있었지만 어려울수록 강인해져야 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고 주위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쉽게 시련을 극복한, 운 좋고 복 많은 선수생활을 했다고 지난 시간들을 회고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축구 인생의 정점은 1997년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 몸 상태도 너무 좋았고 훌륭한 선배들과 함께 뛸 수 있어 행복했다고 한다. 당시 최 코치는 잠실에서 열린 카자흐스탄과의 첫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것을 비롯, 최종 예선전동안 팀 내에서 가장 많은 7골을 터트리며 ‘차범근호’의 프랑스행을 이끌었다.
최종 예선전에서 펄펄 난 최 코치지만 프랑스 월드컵 본선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최 코치는 “심리적으로 밀려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경험이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 대회였다”고 말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부상으로 출전 기회를 많이 잡지 못한 것도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항상 즐기고 최선을 다하라
최 코치는 2001년 제프 이치하라로 이적하며 J리그로 진출했고 올 시즌을 앞두고 친정팀 서울에 플레잉코치로 5년 만에 돌아왔다. 기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5년 전에 비해 선수들의 수준이 괄목할 정도로 향상됐다고 한다. 그러나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많다.
첫째는 축구 자체를 즐기라는 것. 최 코치는 “운동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고 즐긴다는 자세로 임해야 어려움을 만나도 쉽게 극복할 수 있다. 항상 긍정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전’에 대한 지나친 욕심도 선수 생활에 해가 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프로 선수로서 돈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자기 일을 하다 보면 제일 열심히 한 사람에게 응분의 보상이 오게 돼있다”며 “선수로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물욕에 집착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선수와의 신뢰 관계가 가장 중요
최 코치는 오는 가을 지도자 교육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지도자의 길’에 나설 예정이다. 최 코치는 현역 생활 중 만난 지도자 중 가장 인상 깊은 이로 이비차 오심 일본 대표팀 감독을 꼽았다. 최 코치는 “이치하라로 이적한 후 1년이 넘게 같이 생활을 했다. 선수 장악력, 신인 발굴 능력, 구단과의 관계, 치밀한 훈련 내용 등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다. 선수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아버지 같은 존재”라고 극찬했다.
최 코치가 생각하는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은 선수와의 신뢰 관계다. 최 코치는 “선수와 지도자는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원활한 의사 소통을 통해 모든 사안에 대해 협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나름의 견해를 밝혔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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