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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대북 인도적 지원을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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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대북 인도적 지원을 되돌아본다

입력
2006.08.02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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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 장군님이 위대해서 남조선 사람들이 꼼짝도 못하고 쌀을 준다고 다들 생각하고 있다. 장군님이 21세기 태양이니까 남조선에게 큰소리 칠 건 다 치면서 쌀을 빼앗는다는 것이다. 너희들이 주고 싶으면 달라. 우리는 주는 거 다 먹으면서 사회주의 지키면 된다, 그런 식으로 생각했다."(새터민 A씨)

#2. "일반 주민들 가운데 한국 쌀 먹은 사람이 몇 명 될까. 자기에게 와 닿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게 없다."(새터민 B씨)

● '퍼주기'론의 맹점

#3. "6ㆍ15 공동선언 이후에 한국 쌀, 한국 비료가 많이 들어왔다. 교류도 많이 이루어졌다. 그러면서 한국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한국 사람을 싫어했다. 아니, 철천지 원수로 여겼다. 한국 사람들이 북한 사람들은 뿔이 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새터민 C씨)

#4. "한국에서 북한을 지원하는 것 그 자체, 그리고 그 지원물자를 보고서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졌다. 일본이나 미국보다는 같은 조선 사람이 낫다, 그래서 빨리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물건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한국 사회가 매우 발전했다는 것을 이제는 말한다. 옛날에는 남조선 자본주의와 남조선 사회가 나쁘다는 교양사업을 많이 했다. 그런데 이제는 다르다. 미국은 욕해도 한국은 욕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새터민 D씨)

남북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도마 위에 오른다. 그리고 '퍼주기'라는 딱지가 붙으면서 심한 매질을 당하곤 한다. 지금은 북한의 수해 피해 소식에도 남한 사람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니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좀더 냉정히, 그리고 찬찬히 따져볼 필요는 있다. "쌀 주고 비료 준 댓가가 미사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퍼주기론은 대북 지원 무용론, 북한 불변론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그렇다면 지원이 효과가 없었는지, 북한은 변하지 않았는지 살펴보면 된다. 사실 퍼주기론의 최대 맹점은 북한의 경제사회적 구조에 대한 무관심에 있다.

최근 북한경제는 한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경제로 바뀌었다. 내부 자원은 고갈된 상태에서 한국으로부터의 자원 유입이 없으면 도저히 지탱하지 못하는 체질로 변모했다. 인도적 지원의 첫번째 성과는 바로 이것이다.

지원은 또한 주민들, 특히 취약층의 인도적 상황 개선에 기여했다. 물론 일부 식량의 군사적 전용으로 주민들의 혜택은 제한적일 수 있다. 그런데 지원물자의 일부는 반드시 시장으로 흘러들어가게 되어 있다. 쌀 공급량 증가가 시장가격 상승 억제를 통해 주민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더욱이 주민들의 시장경제 학습 기회는 증대되었다. 긍정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 북한주민 의식 변하고 있다

남한에 대한 북한 주민의 의식 변화야말로 가장 소중한 것이다. 통일의 실질적인 기반이요 추동력이다. 물론 앞에서 보았듯이 남한에 대해 고마워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남한에 대한 적대감이 완화되고 대남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으며, 특히 남한과의 통일을 소망하게 된 사람들도 동시에 존재한다.

대북 지원 효과의 크기, 북한 변화의 속도와 범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원이 효과가 없다거나 북한은 변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작금의 어두운 터널로부터 빠져나갈 출구를 찾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우리가 지나온 길을 찬찬히 되돌아보자. 그리고 출발점은 역시 인도적 지원이다.

양문수ㆍ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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