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교육부총리가 취임 14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공론을 역행한 무리한 인사로 불필요하게 벌어졌던 국정 낭비의 요인이 겨우 해소됐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당ㆍ청 관계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이유라고 한다. 단명 장관, 특히 교육 수장의 조기 낙마에 기록을 추가한 부끄러운 소동이었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또한 사필귀정이다. 그가 교육부총리로 부적절했다는 것은 사퇴 순간에도 자기 때문에 만신창이가 되다시피 한 교육계에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데서도 확인된다.
남긴 교훈이 많지만 인사가 만사라는 오랜 교훈이 이번에도 재확인됐다. 김 부총리는 정권 핵심으로 사실상 대통령의 대리인이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과 방향에 드리운 의미가 크다. 민심을 떠난 독선은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고, 자기만의 정당성을 아무리 주장하더라도 넓은 설득력을 가질 수는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나름의 소신과 원칙을 갖고 있다지만 민의의 평가와 심판을 벗어나 독단적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갖가지 의혹에 대해 김 부총리와 청와대는 아직도 떳떳하다고 말할지 모르나 결국 사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성과 순리에 대한 역부족이자, 굴복이었음을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진솔하게 복기하고 새롭게 각성해야 한다. 합당한 여론도 적대감 정도로 무시하고 묵살하는 자세로는 남은 임기를 순탄하게 가져 갈 수 없다.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측근인사에 대해 왜 여당이 반기를 들고 나섰는가만 곱씹어도 금세 답이 나올 것이다. 대통령에 동의하지 않는 국민이 다수인 실정이다. 나라와 국민에 더 이상의 낭비와 소모를 안기지 말아야 한다.
당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정권의 자존심을 거는 식의 측근 중심 인사를 지양하는 것이다. 청와대 출신 측근이라는 이유로 내각에 보내는 폐쇄적 실험을 그만두어야 한다. 후임 교육부총리나 공석 중인 법무장관 인선에서는 소위 코드인사 논란이 재연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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