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부총리 사태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리더십도 재평가 받고 있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김근태식 리더십에 대해 “동작이 너무 늦다.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는 당내 일각의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은 김 부총리 파동 과정에서 소리 나지 않게 적극적 역할을 함으로써 리더십 비판론들을 잠재웠다.
그는 일단 숨을 돌린 상태에서 지방선거 이래 불안하게 표류하던 우리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김 의장은 당초 당내의 ‘김병준 비토’ 기류를 제대로 소화해주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물밑에선 이 같은 비판적 당내 기류를 청와대측에 분명히 전달했다. 그는 김 부총리 사퇴 불가피론이 대세가 됐던 지난달 30일 “국민 정서도 중요하지만 인사에는 억울함이 없어야 한다.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다”며 김 부총리를 두둔하는 듯한 말을 했다. 이후에는 김 부총리와 야당이 요구하는 국회 청문회 개최마저 받아들였다.
김 의장은 그러나 일련의 과정에서 한명숙 총리와 수시로 접촉, 사태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면서 “김 부총리를 고수할 경우 민심은 겉잡을 수 없게 멀어진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전했다는 후문이다. 28일 김 부총리를 직접 만나서도 “한계점을 넘어서면 결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의 측근들은 “김 의장이 신중하면서도 강력하게 추진하는 ‘정중동(靜中動)의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평가하고 있다. 당정청과 김 부총리 개인까지 모두 배려하는 모양새를 갖추면서도 ‘당 우위’의 뜻을 이뤘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성과를 토대로 이미 화두로 제시한 ‘재계와의 뉴딜’을 비롯한 사회적 대협약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이 대선주자로서의 위상도 강화시켜줄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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