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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 '관행 重病' 어물쩍 수습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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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 '관행 重病' 어물쩍 수습 안된다

입력
2006.08.0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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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교육부총리의'논문 파동'을 계기로 학계의 '표절' '중복 게재' 등 학계의 부조리한 논문 관행을 깨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 '부총리만 그랬겠냐'는 동정론이 제기되는 것도 학계의 관행이 그만큼 뿌리 깊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김 부총리에게 들이 댄 잣대로 학계 전체를 잴 경우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있는 교수들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자조가 터져 나오는 게 오늘의 대학가 현실이다.

●'논문 파동'은 학계 관행에 대한 경고

김 부총리 파동 과정에서 '표절' '논문 대필' '이름 끼워넣기' '중복 게재' '연구비 이중 수혜' 의혹 등 학계의 관행이 어김없이 노출됐다. 단어 자체의 뜻만 놓고 보면 영락없이 '비도덕적'이라는 비난을 들어 마땅한 내용들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동료 교수 사이에서는 물론, 학교 내에서조차 조용히 넘어가길 원하는 사항일 뿐이다. 서울 S대의 한 교수는 "남이 저지른 잘못도 자신이 할 경우엔 '관행'이란 말로 조용히 넘어가려는 게 학계의 또 다른 관행"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몇 년 전 동료 교수가 쓴 책에 표절 의혹이 공개적으로 제기됐지만 학교는 '권고 휴직'으로 조용히 넘어갔다"며 "이런 식이라면 누가 표절의 심각성을 느끼겠냐"고 반문했다.

'이름 끼워넣기' 역시 지난해 말 '황우석 박사 논문 조작' 사건을 통해 일반에게 널리 알려진 내용이다. 당시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었던 박모(현 교수)씨는 별 달리 기여한 것도 없이 황 박사의 논문에 버젓이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사태 후 대학으로 돌아간 박 교수는 지금까지 학교 측으로부터 별다른 조치를 받지 않았다.

●재발 막으려면

대학가와 학계에 남아있는 부조리한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하나마나 식 처벌을 없애야한다는 주장이다. 표절 하나만 보더라도 지금껏 사실이 드러난 일부 교수들은 소속 학교로부터 기껏해야 휴직 또는 정직 몇 개월 등의 조치를 받았을 뿐이다. 더군다나 이중 게재나 이름 끼워넣기 등은 누군가 시시비비를 가리려는 확실한 의지 없이 의혹을 제기하지 않으면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어떤 논문이 문제인지를 가리는 확실한 기준이 없다는 것도 현실에서 풀어가야 할 문제다. 건국대 불문과 주경복 교수는 "한 전공 학문에 대해 표절이냐 아니냐를 가리는 건 가요 표절 판정을 가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논문의 검증이 매우 어려운 문제임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춘천교대 김정인 교수는 "미국처럼 논문 표절 시비를 가릴 수 있는 제3의 기구를 만드는 방안을 생각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시 연구자 스스로의 자정 노력 외엔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강대 사회학과 김영수 교수는 "논문은 재미 삼아 보는 책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전공학자 외엔 관심을 갖고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학교 내 교수집단, 또는 전공학회 구성원들이 학문적 업적에 대한 동료의식을 버리고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 교차 점검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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