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은 전쟁, 종교, 이념 등 다양한 갈등의 산물로 전 세계 2,100여만 명에 이른다. 유엔은 1951년 난민협약과 1967년 난민의정서를 채택하고 난민 보호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이끌고 있다.
1992년 난민협약과 난민의정서에 가입한 한국은 1994년 첫 난민 신청 이후 2001년에 최초로 1명이 인정됐으며, 2006년 6월 현재 904명의 신청인 중 48명이 난민 인정을 받았다. 한국도 이제는 한국전쟁과 군사정권 하에 난민을 유출하던 국가에서 세계의 망명객들을 받아들이는 국가가 되었다.
●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환영
난민 인정이 개인적으로는 보편적 인권의 보호라는 측면과 국제적으로는 국력 신장, 세계평화와 안전에 기여한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은 몇 해 되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의 인권 의식과 역량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지 난민 인정률이 인권수준을 나타내는 바로미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생명과 자유가 위협에 놓인 자를 난민법의 대원칙인 '강제송환 금지'의 대상이 되도록 난민 지위를 부여하고 망명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사후에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해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필자가 초반기 난민인정실무협의회에 참여했을 때 난민 문제에 대한 인식과 그 지위 인정의 정당성에 대해 위원들간의 의견 차이가 있었다. '인도(人道)의 최대 적(敵)은 무지(無知)'라고 했듯이 한국이 난민협약에 가입은 했으나 그동안 난민 문제에 대해 생소했던 것이 사실이다.
박해의 사실 입증이 어려운 난민 인정에서는 신청인의 신뢰성과 진술의 일관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난민신청인을 처음 대하는 실무자는 난민 문제에 정통해 있어야 한다. 그 전문성과 면담기술능력이 진정한 난민을 가려내는 관건이 되기 때문에 관련 교육을 받고 고도로 훈련된 심사관의 양성이 필요하다.
현재 일선 실무자는 난민신청인을 다루기에 그 수가 너무 적고 전문성이 개발되어야 한다고 본다. 전문적ㆍ물리적ㆍ기술적 요소는 난민심사의 질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재심기구인 난민인정협의회는 대부분 서류심사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관련정보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가 관건이다.
난민협약에 가입한 후 늦었지만 지난 몇 년간은 난민 인권보호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들을 받아들이는 첫 문턱을 넘은 셈이다. 이제는 이들이 국내에서 안전한 망명생활을 하도록 실질적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단계에 와 있다. 최근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에서 실질적인 요건 심사와 난민 인권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법무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 실질적 난민 지원 고민할 때
난민협약상 의무를 이행하는 실질적인 인권선진국으로서, 인간의 고통을 덜어내려는 인도주의 정신의 실용화는 정부 주도 하에 제도적 강화는 물론 범국민적인 관심과 지원도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를 찾은 망명객이 훗날 한국을 따뜻한 제2의 조국으로 기억하고 본국으로 돌아가 훌륭한 민간외교관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우리의 형제이자 국민으로서 함께 하여야 할 것이다.
장복희 난민인정협의회 위원ㆍ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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