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대안으로 환상(고리)형 순환출자 금지방안을 검토하며 '재벌의 아킬레스건'을 정조준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그'수위'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순환출자 금지는 재벌총수가 극소수 지분으로 무한권력을 휘두르는 한국재벌 특유의 뿌리깊은 지배구조 왜곡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정공법이지만, 정교하지 않게 적용할 경우 감당이 어려울 정도의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순환출자 금지 수위에 대한 각각의 시나리오를 마련해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우선 소급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재벌해체를 부를 수 있는 만큼, 이미 만들어진 순환출자를 쉽게 해소하는 묘책이 나오지 않는 한 소급적용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에버랜드'등 6가지 환상형 순환출자가 얽혀있는 삼성그룹의 순환출자를 해소하도록 소급 적용할 경우, 현재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로 나머지 계열사를 모두 지배할 수 있었던 이건희 회장 일가는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계열사들의 주식을 사들여야 지배권을 유지할 수 있다. 삼성그룹의 자산규모로 볼 때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공정위는 추가 순환출자만을 금지하거나, 이미 이루어진 순환출자 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만 제한하는 방법 등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재벌 내에 여러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사실상의 지주회사'에 대해 현행법상 지주회사의 자격을 부여해서 자연스럽게 지배구조 재편을 유도하는 방안이 묘책으로 쓰일 가능성도 있다.
즉 '사업지주회사제'를 택하거나, 완전히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거나 하는 방안 중 선택을 하도록 하는 '순환출자금지+α'방식이다. 권오승 공정위장은 "여러 정책을 혼합한 출총제 대안을 만들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별도로 현행 상호출자금지제도와 출총제가 각각 자산 2조, 6조원 이상의 기업에만 적용되는 점을 고려할 때, 순환출자 금지도 적용대상 기업을 한정할 가능성도 높다. 때문에 출총제가 그랬듯 그 범위를 두고도 한바탕 홍역이 불가피하다.
이동규 공정위 경쟁정책본부장은 "순환출자금지 문제하나를 두고도 수많은 경우의 수가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모두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4일 시장경제선진화 태스크포스(TF) 3차 회의를 열어, 이러한 방안들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한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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