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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 "능청스런 아줌마요? 내 안의 또다른 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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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 "능청스런 아줌마요? 내 안의 또다른 나죠"

입력
2006.08.0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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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호’도,‘히히’도,‘흐흐’도 아니었다. ‘으허허허허’였다.

‘연개소문’의 유동근 얘기가 아니다. SBS 수목드라마 ‘돌아와요 순애씨’에서 능청스런 아줌마 연기를 선보이며 4년 만에 화려하게 안방극장에 복귀한 박진희(29) 얘기다. 호탕한 웃음소리와 문득문득 비집고 나오는 아줌마 말투…. 그는 요즘 시청자들의 찬사를 받고 있는 리얼한 아줌마 연기가 학습이 아닌 본능의 소산임을 온 몸으로 보여줬다.

“으허허허허. 제가 도회적인 이미지였나요? 저랑 7년, 10년씩 만난 친구들은 순애에게서 제 모습이 고스란히 보인다고 하던 걸요. 공력이 없어서 그런지 저는 저한테 없는 면을 연기로 표현하는 건 못하겠더라구요. 순애는 제 안에 있던 아줌마스러움을 확대한 것뿐이에요.”

평균시청률 22%로 전체 프로그램 순위 5위에 오른 이 드라마에서 박진희는 가정이 있는 여객기 기장(윤다훈)과 불륜에 빠졌다가 교통사고로 본처 허순애(심혜진)와 영혼이 바뀌는 승무원 한초은 역할을 맡았다. 20대 아가씨의 몸으로 40대 아줌마의 내면을 연기해야 하는 만만찮은 역할이다.

“사실 드라마에는 비슷한 패턴이 있잖아요. 사랑하는 연인이 있는데 남매라든지, 집안에 얽히고 설킨 비밀이 있다든지. 그런 게 식상해서 그동안 드라마를 안했어요. 안 해봤던 걸 해보고 싶던 차에 아줌마 연기를 해볼 수 있는 ‘순애씨’가 온 거죠.”

얼떨결에 ‘쭉쭉빵빵’20대의 몸을 갖게 된 아줌마가 벌이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들이 박진희의 코믹 연기를 통해 빛을 발하면서 드라마 인터넷 게시판은 그에 대한 호평 일색이다. “다 심혜진 선배님 덕분이에요. 사실 어떻게 해야할지 감을 못 잡고 있었는데, 영혼이 바뀌기 전인 1회에서 혜진 선배님이 분명하게 캐릭터를 잡아주셨어요. 덕분에 제가 ‘아, 저거구나’ 하고 개념을 딱 잡았죠. 1회분을 전부 녹음해주셔서 그걸 들으면서 뉘앙스나 억양도 따라할 수 있었구요.”

인터뷰를 위해 카페로 자리를 옮기기 직전 찍은 장면은 바람난 남편에게 물세례를 퍼붓는 신. 만약 실제 상황이라면? “용납 못하죠.” 아이스티 안의 얼음을 아작아작 깨물어 먹으며 단호하게 대답하는 폼이 꼭 극중 순애 같다.

“사람인 이상 감정이 변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하지만 둘 중 하나를 정리하지 않고 미적거리는 것은 용서할 수 없어요. 만약 내 남편이 ‘여보 미안해. 이런 일이 생겼어’라고 솔직하게 얘기를 한다면 저는 쿨하게 ‘어, 그랬어’ 하고 보내줄 거예요. 물론 너~무 가슴 아프겠죠. 하지만 지저분하게 저한테 들킨다거나 그랬다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4년간 드라마를 쉬면서 영화 ‘별’ ‘러브토크’ 등을 찍었지만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워낙 느긋한 성격이라 조바심 같은 건 없었다. “저는 굉장히 긍정적인 인간형이에요. 공백 때문에 잊혀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마음 썩진 않았던 것 같아요. 배우라는 게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직업이 아니잖아요.”

박진희는 ‘돌아와요 순애씨’가 아줌마의 억척스러움을 희화화하고 있는 건 아닌지 종종 걱정스럽다. “제가 이 드라마에서 나타내고 싶었던 건 아줌마들의 장점이에요. 아줌마들이 억척스럽고 뻔뻔하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히 있거든요. 그녀들이 처녀때부터 그랬던건 아니잖아요. 가정이라는 터전 속에서 바쁘고 치열하게 살다보니 그렇게 된 거고, 저 또한 엄마가 그런 아줌마스러운 모습으로 저희 가정을 잘 이끌어주셨기 때문에 이렇게 잘 자랄 수 있었던 거구요.”

극중 초은의 몸을 갖게 된 순애가 백화점에서 44 사이즈 옷을 입어보며 감격에 겨워하는 모습은 많은 아줌마들의 공감을 샀다. “44는 무슨…. 저 55 입어요. 제가 워낙 골격이 크거든요. 저도 옛날에는 ‘나도 마를 수 있어. 아직 안 마른 것뿐이야’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어허허허허, 근데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나는 안 된다.”

그래도 요즘 유독 예뻐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 그다. “여배우들이 다 말랐잖아요. 그런데 살이 있고 체격 있는 여배우가 나오니까 좋아보이셨나 봐요. 얼마 전 길거리에서 아주머니들이 ‘아이구, 순애네’ 하시면서 살 빼지 말라고들 하시더라구요. 화면에 커보이게 나올 때마다 속이 상하지만 어쩌겠어요. 엄마가 이렇게 낳아주셨으니 그냥 살아야지.”

그렇게 얘기하면 돌 맞는다는 지적에 대한 박진희의 대답. “맞다, 맞다. 강동원씨가 자기 못 생겼다고 해서 돌 맞을 뻔했다면서요? 어머머…. 그게 아니라 워낙 예쁜 여배우들이 많으니까. 근데 강동원씨는 잘 생겼는데…, 그런 말 하면 안 되는데….”

사진 조영호기자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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