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금융기관 대출 담당자와의 친분을 돈독하게 하고, 개인 투자자들은 부동산과 주가 하락에 대비하라.’
삼성경제연구소가 “2001년 이후 5년 넘게 이어진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으며, 기업과 개인 투자자들은 조만간 닥칠지 모를 ‘돈가뭄’에 대비해야 한다”고 2일 경고했다. 연구소는 이날 내놓은 ‘글로벌 유동성 축소의 파급 효과’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의 자금줄 역할을 했던 일본이 금리 인상 대열에 동참한 뒤 국제 금융시장에서 넘쳐 나던 돈이 말라가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의 하락 압력을 강하게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세계적 차원의 금리 인상이 급속히 진행돼 우리나라가 이에 휩쓸려 들어갈 경우 이론적으로는 시중 금리가 현재보다 20%(1% 포인트) 이상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6월말 현재 시중 금리(신용등급 AA- 회사채 기준)는 연 5.2%로 중립 수준 금리(연 6.3%)보다 1.1%포인트나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금리 인상과 함께 환율 하락, 경상수지 악화 등으로 기업의 자금 흐름이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99년 이후 2004년까지 줄곧 감소하던 기업들의 금융기관 차입금 규모가 지난해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권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은 저금리 시대의 ‘유동성 파티’가 끝났으며, 언제든지 외부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새로운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만일의 사태에서도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크레딧 라인(돈을 빌릴 수 있는 한도)’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이와 관련, 그 동안 부동산과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인 개인들도 이제부터는 신중한 투자로 전략을 바꾸라고 조언했다.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의 경우, 유동성이 넘치면 전국 평균보다 훨씬 가파르게 오르지만 유동성이 감소세로 돌아서면 더욱 가파르게 하락한다는 것이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