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파업으로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사상 최대 규모의 생산손실을 입으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에 일대 이변이 일어났다. 현대차에 밀려 만년 2위 또는 3위였던 GM대우차가 사상 최초로 1위를 차지했고, 현대차 해외공장에서 만든 자동차 대수도 최초로 국내 공장의 생산대수를 넘어섰다.
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7월중 파업사태로 9만여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 내수와 수출을 합한 7월 판매대수가 6월(22만2,956대)보다 42%나 감소한 12만8,489대에 머물렀다. 현대차의 내수 판매실적은 2만8,097대로, 내수시장 점유율이 1998년 8월(17.6%) 이후 가장 낮은 37.2%로 떨어졌다.
반면 노조의 경미한 부분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1,600대에 머문 GM대우는 국내외 시장에서 13만6,554대를 판매했다. GM대우 관계자는 "98년에 3~4개월 가량 대우차가 내수에서 현대를 앞선 적은 있으나, 내수ㆍ수출을 합한 전체 판매대수에서 현대를 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경우 해외 생산 규모가 국내 생산을 넘어서는 일도 경험했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돼 내수와 수출(3만355대)로 팔린 규모는 평소의 3분의 1 수준인 5만8,452대에 머문 반면, 미국과 중국 등 현대차의 해외 공장에서 생산돼 현지 판매된 자동차는 7만37대에 달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해외 생산이 국내 생산을 넘어선 것도 67년 회사가 설립된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순위 역전과 관련,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현대차의 파업 손실이 워낙 컸기 때문에 발생한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현대차 노조가 올해 7월을 능가하는 수준의 파업을 벌이지 않는 한 당분간 보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르노삼성과 쌍용자동차의 희비도 엇갈렸다. 노조가 없는 르노삼성은 지난해 7월보다 40%나 증가한 1만2,808대를 판매한 반면 쌍용차는 지난달 14일부터 27일까지 8일간 벌어진 파업으로 4,700여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 전년 대비 판매량이 51.8%나 감소했다.
차종별 판매 순위에도 지각 변동이 발생했다. 현대차의 간판 차종인 중형 쏘나타가 르노삼성 SM5에게 밀리는 수모를 당한 것. 쏘나타는 3,943대가 팔려 2005년 7월보다 53.9% 줄어든 반면, SM5는 14.3% 늘어난 6,037대가 판매됐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