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런민르바오(人民日報) 인터넷판은 1일 ‘소림 쿵후는 태권도 보다 열등한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칼럼은 “태권도는 올림픽 정식 종목이지만 쿵후는 올림픽 문 밖에서 맴돌고 있다”며 중국의 현주소를 확인하면서 시작한다. 1960년대 브루스 리의 쿵후가 영화로 세계의 시선을 사로 잡았을 때 태권도는 이미 구미 여러 나라에서 스포츠로 자리잡아 두 무술의 소프트파워(문화, 가치 등 무형의 영향력) 격차는 엄연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동아시아에서 문화적 영향력의 범주를 넘어 가치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에 찬사를 보냈다.
칼럼은 “한 나라의 문화적 역량과 대외적으로 발휘되는 소프트파워는 직접적 연관이 없다”는 겸손한 태도를 견지하면서 중국 문화를 확산시킬 채널, 통일적이고 집중적인 소프트파워 확산 전략의 수립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칼럼은 21세기에 미국을 추월하려는 세계 4위 경제규모의 중국이 경제, 군사 등의 하드파워 못지않게 소프트파워를 중시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런 자각은 최근 한국 드라마의 중국 수출 급감, 중국 내 반(反)한류 기류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년간 독일의 괴테하우스를 본 딴 공자학원을 세계 38개국에 80곳에 세웠고 연내에 100곳을 추가할 계획이다. 1억명을 넘은 세계 중국어 학습 인구를 감안할 때 중국 문화의 확산은 중국의 경제성장 못지않게 빠를 것이다.
미국 정치학자 조지프 나이는 소프트파워가 문화적 매력, 정치적 가치의 확산, 규제규범의 창출 등 3단계로 발전한다고 설파했다. 이제 막 매력을 발산한 중국이 자신의 가치와 규범을 확산시킬 날도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런민르바오의 칼럼은 쿵후가 곧 태권도를 따라잡을 텐데 한국은 앞으로 어떤 소프트파워로 중국과 겨룰 것인가를 묻고 있는 듯하다.
이영섭 베이징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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