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 주역 무용수 김미애(34)와 발레 스타 김용걸(33ㆍ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솔리스트)은 오랜 연인 사이다. 사귄 지 9년, 6년째 한국과 프랑스에 떨어져 있으면서 변함없는 사랑을 키워온 두 사람이 처음으로 함께 춤을 춘다.
정동극장이 젊은 예술가를 소개하는 ‘아트 프런티어’ 시리즈로 마련한 김미애의 무대에 김용걸이 특별출연한다. 19, 20일 열리는 공연의 2부에서 자신들의 사랑 이야기를 춤으로 풀어낸다. 김용걸이 직접 안무한 이 작품의 제목은 ‘회색빛 하늘’. 떠나는 연인과 남겨진 연인이 서로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발레와 한국무용으로 서로 장르가 달라서 선이나 동작 같은 테크닉보다는 감정 표현에 힘쓰고 있어요. 미애씨가 아주 잘 소화해서 깜짝 놀랐어요.” “평소 감정 표현을 잘 하는 편인데, 우리 이야기를 작품으로 표현하려니까 저는 좀 쑥스러운데요.”
두 사람은 1997년에 만났다. 지금은 예술의전당으로 옮겨온 국립발레단이 남산 국립극장에 있던 그 시절, 김용걸은 한 건물에 있던 국립무용단의 신입 단원 김미애를 복도에서 우연히 보고 첫 눈에 반했다. 못 보던 예쁜 여자가 뭐가 바쁜지 정신없이 뛰어가는데, 그 모습이 눈에 번쩍 뜨이더란다.
김미애는 국립무용단에 들어간 이듬해 정기공연 ‘티벳의 하늘’의 주역을 맡았다. 국립무용단 역사상 그렇게 빨리 주역에 오른 무용수는 없었다. 긴 팔과 고운 선을 지닌 김미애는 국립무용단 공연 뿐 아니라 현대무용 작품도 하고 있다. “용걸씨가 파리로 갈 때 반대하지 않았어요. 꿈을 찾아 가는 거잖아요. 우리 둘 다 최고의 무용수가 되고 싶었으니까요.”
김용걸은 2000년 프랑스로 갔다. 그 전까지 국립발레단의 간판 스타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주역을 도맡았지만,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는 바닥에서 다시 출발했다.
군무와 드미솔리스트(군무 겸 솔리스트)를 거쳐 지난 연말 주역 바로 아래 등급인 솔리스트가 됐다. 승급 시험에서 딱 1명을 뽑는 좁은 문을 통과한 것이다. 400여년의 전통만큼이나 콧대 높기로 유명한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그는 유일한 동양인 남자 단원이다. 외롭고 힘들 때마다 파리의 회색빛 하늘을 보면 멀리 두고 온 연인이 생각났다는 김용걸은 매일 국제전화로 사랑을 전하고 있다. 솔리스트가 됐다고 알리자 김미애는 괴성을 지르며 좋아했다고 한다.
김용걸 덕분에 김미애는 외국 초청공연을 하게 됐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에투왈(최고 등급 무용수)이면서 국제적인 안무가로 활동하는 카데르 벨라르비가 김미애의 춤을 비디오로 보고 12월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기념 공연에 김미애를 초청한 것.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에투왈 발레리나 2명과 함께 추는 작품이에요. 우와, 저도 아직 에투왈하고 춤 못춰 봤는데.” 김용걸이 싱글벙글 웃으며 하는 말이다. 두 사람은 내년에 결혼할 계획이다. 공연문의 (02)751-1500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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