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주축인 국제치안지원군(ISAF)이 31일 미군으로부터 아프가니스탄 남부 작전권을 넘겨 받았다. 하지만 1일 남부 헬만드주에서 정찰 중이던 영국 병사 2명이 무장저항세력의 수류탄 세례에 목숨을 잃는 등 험난한 앞길을 예고하고 있다.
NATO 회원국 등 37개국 군대로 구성된 ISAF는 31일 다이쿤디 헬만드 칸다하르 님로즈 우르잔 자불 등 아프간 남부 6개주의 치안유지 권한을 미군 주도 동맹군으로부터 공식 인수했다. 이를 위해 영국 캐나다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NATO는 남부 아프간에 병력을 증파해 8,000명을 주둔시키는 등 아프간 전역에 걸쳐 미군에 맞먹는 1만8,000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NATO군은 관할 지역에 주둔하는 미군 1만3,000명에 대해서도 작전권을 행사할 수 있다. 남부 작전권을 인계한 데이비드 리처즈 영국군 중장은 탈레반 잔당을 추적하는데 주력한 미군과는 달리 3~6개월 내에 안전지대를 구축해 아프간 주민들의 지지를 얻는데 치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ATO는 ISAF를 구성, 2003년 평화유지를 목적으로 아프간에 파병해 수도 카불과 비교적 안전한 북부와 서부의 치안 유지를 맡아왔다. 하지만 NATO는 남부 아프간에서 창설 57년 만에 처음으로 역외 대규모 지상전이 불가피해지는 등 상당한 피를 흘릴 각오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NATO에게 새롭게 작전권이 넘어간 남부 지역은 탈레반 반군 활동의 심장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 아프간에서는 탈레반 반군의 총공세가 펼쳐지면서 2001년 미국 주도의 동맹군이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킨 이후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미군 주도 동맹군은 NATO에 작전권을 넘기기 직전 사흘동안 남부와 동부에서 탈레반 소탕 작전을 전개해 30명 가량을 사살하는 등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아프간에서는 올들어 지금까지 탈레반 게릴라의 테러와 마약 밀매단의 범죄, 미군 주도 동맹군의 군사작전에 의해 1,700여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미군 등 외국군은 86명이 사망했으나, 올해는 벌써 68명이나 숨졌다.
미군은 아프간 치안 확보의 책임을 NATO에 넘기고 앞으로는 ‘테러와의 전쟁’에 힘을 집중시킬 전망이다. 미군은 올해 안에 나머지 아프간 동부의 지상 작전권까지 NATO에 넘길 계획이다. 뉴욕타임스는 미군이 아프간 남부의 치안 유지에 투입했던 병력을 파키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아프간 동부 산악지대로 이동 배치, 여기 숨어 있는 알 카에다 추적 및 소탕에 주력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군은 아프간 북ㆍ동ㆍ남부의 지상 작전권을 NATO에 넘겼음에도 ‘테러와의 전쟁’ 지휘권을 갖고 있으며, NATO와 협의 하에 아프간 전역에서 공습은 물론 지상전 작전도 수행할 수 있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아프간 주둔 미군 2만명 가운데 3,000명을 감축할 계획을 밝혔으나 구체적 감축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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