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최대 이슈인 노사관계 법ㆍ제도 선진화방안(로드맵)의 입법예고가 임박함에 따라 노동계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정부는 10일 제8차 노사정대표자 회의를 끝으로 로드맵 논의를 마무리하고 곧바로 입법예고에 들어갈 방침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1일 “합의된 것은 합의된 대로, 합의 안 된 것은 당초 정부안 대로 입법예고 할 것”이라며 입법예고 강행의지를 분명히 했다.
반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 주요 쟁점들에 반발하며 논의 시한 연장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양대 노총은 “장외투쟁과 총파업 등 모든 수단을 동원, 노동계 합의 없는 로드맵 입법화에 맞서겠다”고 경고했다.
노사정 3자는 5월초부터 수 차례 대표자회의와 실무협의를 통해 로드맵을 논의했다. 로드맵 과제는 39개로 노사 모두 선선히 양보할 수 없는 사안들이 망라돼 있어 접점 찾기에 진통을 겪고 있다. 노사협의회에 참여하는 근로자위원에 대한 편의 제공 등 3개 과제만 의견접근을 봤을 뿐 나머지 36개에 대해서는 ‘이 달 초까지 결론 도출’과 ‘계속 검토’라는 단서를 달고 논의 중이다.
최대 쟁점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교섭 창구 문제로 압축된다. 이 조항들은 1997년 제정된 뒤 노동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시행을 유예해 왔다.
현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노조위원장 등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주는 사용자는 형사처벌을 받는다. 경영계는 반드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급여를 주지 않으면 노조의 존립 자체가 위협 받는다며 노사 자율로 문제를 풀자고 맞서고 있다. 정부는 조합원수 300인 또는 100인 미만의 중ㆍ소 노조에 대해 0.5명이나 1명의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는 타협안을 제시한 상태다.
복수노조의 교섭 창구 문제도 난제다. 내년부터는 한 기업 내에 여러 개의 노조를 만들 수 있다. 재계는 혼선을 막기 위해 노조원이 가장 많은 노조를 중심으로 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노동계는 소수 노조도 교섭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노사자율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로드맵 논의를 두고 터져 나오는 노사간 파열음은 다양한 형태의 노사 갈등으로 분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는 막대한 비용을 치를 수도 있다. 노동 전문가는 “로드맵 논의는 하반기 노사관계를 뿌리째 뒤흔들 수 있는 메가톤급 위력을 갖고 있다”며 “참여 주체 모두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노사관계 르드맵
2003년 5~12월 노사관계 전문가 15인으로 구성된 '노사관계 선진화 연구위원회'가 연구 발표한 노사관계 법ㆍ제도의 개선 방안을 말한다. 당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근로기준법, 노동위원회법,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등 4개법 분야의 34개 개선 과제가 제시됐는데 6월 민주노총이 참여하면서 39개 과제로 늘었다. 노사관계의 법ㆍ제도가 국제 기준에 미흡하다는 국제사회의 지적에 따라 추진됐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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