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홈런이라도 이승엽(30ㆍ요미우리)이 치면 다르다.
세계 최연소 300홈런, 한 시즌 최다홈런(56개) 등 이승엽의 홈런 하나하나는 고스란히 역사가 됐다. 이승엽을 빼놓고서는 홈런의 역사를 살펴볼 수 없을 정도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아로새겨진 이승엽의 홈런을 되짚어본다.
역대 최연소 100홈런
“삼성 유니폼을 입고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오르고 싶다”던 이승엽. 그는 99년 5월5일 대구에서 열린 현대전에서 정명원을 상대로 역대 최연소 100홈런(22세8개월18일)을 달성했다.
8월2일 대구 롯데전에서는 한 시즌 최다홈런(43개) 신기록을 세웠다. 99시즌을 54홈런으로 마감한 이승엽은 한국프로야구 사상 첫 50홈런을 돌파한 선수가 됐다.
큰 경기에 강했던 이승엽
이승엽의 홈런포는 큰 경기에서 빛났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이승엽은 일본 에이스 마쓰자카 다이스케(26ㆍ세이부)를 두 번 울렸다. 예선에서 마쓰자카를 상대로 2점 홈런을 쳐낸 이승엽은 3ㆍ4위전에서는 결승 2타점 2루타를 터트려 한국에 동메달을 안겼다.
2002년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도 이승엽의 홈런에서 비롯됐다. 6차전 6-9로 뒤진 9회말. 이승엽은 LG 마무리 이상훈에게서 극적인 동점홈런을 쏘아올렸다. 곧 이어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이 터진 삼성은 ‘7전 8기’ 끝에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세계 최연소 300홈런
이승엽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세계 최연소 300홈런은 2003년 6월22일 대구 SK전에서 나왔다. 김원형의 공을 오른쪽 담장 너머로 날린 이승엽의 당시 나이는 26세10개월4일. 일본프로야구 오 사다하루(왕정치)가 1967년 세운 27세3개월11일 기록을 무려 5개월이나 앞당겨 세계 프로야구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이승엽의 300호 홈런공은 ‘세계 최초’라는 이유로 무려 1억 2,0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한 시즌 아시아 최다홈런(56개)
2003년 가을 이승엽의 홈런포는 ‘잠자리채 열풍’을 일으켰다. 잠자리채를 든 야구팬은 56호 홈런공을 잡기 위해 외야로 몰려들었다. 시즌 최종전인 10월2일 대구 롯데전. 이승엽은 이정민의 제3구를 통타해 시즌 56번째 홈런을 쳐냈다. 이로써 이승엽은 1964년 왕정치(일본명 오 사다하루ㆍ현 소프트뱅크 감독)가 기록한 55홈런을 뛰어넘어 ‘아시아 홈런왕’으로 우뚝 섰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 홈런왕
이승엽은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해 ‘아시아 홈런왕’에서 ‘세계 홈런왕’으로 거듭났다. 총 5개의 홈런을 쏘아올린 이승엽은 애드리안 벨트레(4개ㆍ도미니카), 켄 그리피 주니어(3개ㆍ미국) 등 메이저리그 강타자를 제치고 홈런 1위에 올랐다.
영양가도 만점이었다. 이승엽은 일본, 멕시코, 미국전에서 연달아 결승홈런을 터트렸고, 한국은 이승엽의 홈런포에 힘입어 WBC 4강에 진출했다. 이밖에 이승엽은 월간 최다 홈런(15개ㆍ99년 5월ㆍ2003년 5월), 7년 연속 30홈런(97~2003년), 통산 최다 연타석 홈런(19번) 등 홈런에 관한 갖가지 기록을 갖고 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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