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교육부총리는 1일 오전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에 출석, 증언이 진행되는 동안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명예 회복’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의원들의 공세를 맞받아치며 불거진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의원들은 김 부총리의 논문 표절, 중복 게재, 연구비 중복 수령 등 의혹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지만 언론 보도를 재탕ㆍ삼탕하는 수준의 질문을 반복, 김 부총리를 옭아매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권철현 교육위원장(한나라당)은 질의에 앞서 “교육 부총리는 어떤 자리보다 엄격한 도덕성 요구되는 자리이며 도덕성에 흠결이 있으면 어떤 교육정책도 신뢰 못 받는다”며 지금까지 의혹에 대해 솔직히 밝혀달라고 주문했다.
김 부총리는 “항간에 보도된 자기 표절, 논문 재탕, 연구비 이중 수주 등 파렴치한 행위는 절대 하지 않았고, 연구교수라는 직위를 이용해 제자들의 업적을 이용하지도 않았다”며 “이번 일로 학자로서 평생 쌓아온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질 지경”이라며 준비된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5대 의혹’ 강하게 부정
한나라당 김교홍 의원은 “국민대 교수 시절 제자 장모씨가 ‘지방자치단체 인력계획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제출해 1999년 6월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김 부총리는 이를 자신의 이름을 함께 올려 ‘정책학회보’에 실었다”며 경위를 추궁했다.
김 부총리는 “장씨는 당시 박사 후 연구과정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며, 내가 논문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지도했던 한 사람이다. 그러므로 (공동저자 게재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이군현 의원이 “2001년 성북구청장 진모씨가 부총리가 제출한 용역 보고서를 근거로 2002년 국민대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당시엔 김 부총리가 국민대 교수로 재직하던 때였다”며 “논문 지도 당시 학생이었던 구청장으로부터 용역 연구비를 받아서 연구를 하는 것이 교수로서 적절한가”라고 물었다.
김 부총리는 “그 용역은 국민대 지방자치연구소가 성북구청으로부터 받은 것이지, 지도 교수가 제자로부터 용역을 받은 게 아니다”고 받아쳤다.
열린우리당 안민석 의원은 김 부총리의 제자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만약 ‘공동저자’로 했을 경우 아무런 표절 시비가 없을 텐데 왜 신씨 혼자로 돼 있냐”고 물었다.
김 부총리는 “고위 행정직 공무원이었던 신씨가 완강히 거부했다“며 “박사 논문을 학자와 공동저자로 할 경우 부담이 느껴져서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씨에 대한 각주를 빠트린 것, 그 당시엔 가볍게 생각했다. 교내 논문집은 교내 인사들만 주로 보는 것이고, 그들은 나와 신씨의 관계를 다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학문 윤리 논쟁으로 번져
초반 사실 확인 위주로 진행되던 질의 응답은 곧 정부 학술 사업의 관리 부실과 김 부총리의 도덕성에 대한 질타로 옮겨 갔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그 동안 나는 BK(두뇌한국)21 사업에 관한 문제점이 학교에서 관행적으로 일어났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것들을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사원에 이런 걸 요구해 감사할 수 있냐”며 이 사업의 허점을 파고 들었다.
김 부총리는 “연구 관련 실무자 사이엔 ‘일단 (실적을) 올리고 보자’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나 역시 BK21 사업 관리 방식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학진(학술진흥재단) 내에 이 사업의 문제점을 다룰 위원회를 만들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응수했다.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은 “당시 BK21 1차 사업의 핵심분야를 수행한 대학 중 3개 학교의 자료를 살펴 보니 학진에 제출한 논문이 대부분 중복 게재인 걸로 밝혀졌다”며 여러 종류의 논문 관련 의혹이 비단 김 부총리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이에 “연구 용역을 받은 논문이 BK21 연구 성과로 발표되는 것은 학진 내규에도 있었던 내용이며 장려 사항이었다”고 답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은 한결같이 김 부총리의 해명 태도가 불만스러운 듯한 표정이었다.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은 “교육부총리로서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냐를 가리는 게 중요한데, 김 부총리는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해명에 급급하다”고 따져 묻자 김 부총리는 “교육부총리 이전에 한 사람의 학자로서, 사회인으로서 최근 하루하루 의혹으로 점철된 삶을 사는 제 자신이 무너지는 느낌”이라고 호소했다.
한나라당 정문헌 의원은 “김 부총리는 이미 수 차례에 걸쳐 도덕적 오점이 발견돼 이미 국민과 교육계로부터 외면당했다. 수석침류(漱石枕流ㆍ억지 고집을 부림)하지 말고 국가 교육의 백년대계를 위해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즉각 사퇴를 종용했다.
열린우리당 유기홍 의원 역시 “대통령이 직접 결단을 내리기 전에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실상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