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조선노동당 사건(노동당 사건)은 분명히 존재했다.”
국가정보원 진실위는 1일 1992년 제14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터진 노동당 사건 조사 결과, 노태우 정권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안기부를 통해 만든 공안 조작사건이라는 의혹에 대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조사 결과 사건 총책으로 꼽힌 간첩 이선실은 제주 출신으로 월북한 ‘이화선’이라는 실존 인물이라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중부지역당 역시 실제 황인오, 최호경씨 등이 대외명칭을 ‘민족해방애국전선’(민애전)으로 만든 조직이며 산하에 ‘조국통일애국전선’(조애전)과 ‘애국동맹’을 두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그러나 진실위는 황, 최씨 두 사람이 남한조선노동당이라는 조직을 만들었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안기부는 사건 당시 중부지역당, 조애전, 애국동맹 사건 등을 기계적으로 합쳐 노동당 사건으로 발표했는데, 이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활용해보겠다는 속셈에 따라 사건을 부풀린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진실위는 ‘간첩단과 정치인 관련설’과 같은 미확인 첩보 등 민감한 사안을 공개한 것과 노동당에 실제 가입한 사람은 12명인데 조직원이 400여 명이라고 늘려 발표한 것을 예로 들었다.
안기부가 36년 동안 고정간첩으로 암약하며 북한의 지시로 민중당에 참여했다고 지목했던 전 민중당 대표 김낙중씨에 대해서는 “90년 북한 공작원을 만나 공작금과 공작 장비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고정 간첩이었다는 발표는 사실과 다르다”고 결론 내렸다.
사건 관련자 고문 주장에 대해서는 일부 구타와 고문 협박 등 가혹 행위는 있었지만 고문에 관한 확실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 남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
남로당 사건 이후 최대 규모 좌익 사건으로 불렸던 남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은 1992년 10월 터졌다. 당시 안기부는 거물 간첩 이선실이 황인오를 포섭해 서울, 인천 등 24개 주요 도시의 46개 기업과 단체 등 각계 각층의 300명을 조직원으로 확보, 북한 노동당과 남한 대중을 연결하는 지하조직 남한 조선노동당을 만들고 그 산하에 강원도당, 충북도당, 충남도당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으로 안기부는 황인오 씨와 민중당 내 지하지도부를 구축하려 한 혐의 등으로 손병선씨와 민중당 전 공동대표 김낙중씨, 전 민중당 정책위의장 장기표씨 등 62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당시 구속자만도 62명에 이르고 수배자가 300여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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