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과 에디슨, 퀴리 부인이 한국에서 태어났다. 30년 후 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수학과 물리학 외에 잘하는 과목이 없었던 아인슈타인은 대학을 가지 못하고 허드렛일을 하고 있었고, 에디슨은 특허 얻기가 어려워 발명을 포기한 채 법전을 잡았다. 퀴리 부인은 여자라 능력을 발휘할 곳을 찾지 못했다.”
교육부장관을 지낸 문용린(59)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가 이 같은 비유를 통해 한국의 교육 현실과 문제점을 통렬히 비판한 책 ‘부모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쓴소리’(갤리온 발행)를 출간했다.
문 교수는 이 책에서 특히 조기 유학의 폐단을 조목조목 지적해 눈길을 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라면 모를까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의 유학은 아주 위험한 발상”이라며 “아이들은 제대로 된 가정에서 살 권리가 있으며, 조기 유학은 아이에게서 가족을 빼앗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부모의 욕심 때문에 가족과 생이별을 한 아이들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행복했던 기억이 사라지게 되고, 그런 아이들은 성장해서도 행복한 가정을 꾸릴 확률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따라서 유학생들의 일탈 행동은 당연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인도에서 코끼리를 마구잡이로 사냥하자 어미를 잃은 아기 코끼리가 인간을 습격하는 등 난폭해진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조기 유학의 성공 확률은 아무리 높게 잡아도 30~40%를 넘지 않는다”고 강조한 문 교수는 초등학생 자녀의 단기 유학을 고민 중인 부모들에게 “30%의 성공담보다 70%의 실패담에 귀를 기울이라”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보내야겠다는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가족이 다 함께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 교수는 이른바 ‘대치동 식’ 사교육 열풍과 특목고를 겨냥한 엘리트 학습 등에 대해서는 ‘대나무 교육론’을 제시했다. “아이들은 풍성한 대숲을 이루기 위해 땅 속에서 5년 간 힘을 기르는 대나무 뿌리와 같다”며 “현재 아이의 모습이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묵묵히 참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부모도 교육 현실의 피해자이지만 나라 탓, 제도 탓을 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망가지고 있을 아이들을 구해줄 사람은 부모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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