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와 한 판 붙겠습니다."
지난달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판정 넷피아 사장의 재취임 일성은 '골리앗' MS와 결전 준비였다. 1995년에 한글인터넷주소 기술을 개발한 그는 건강이 좋지 않아 18개월 동안 물러났다가, 지난달 창립 11주년을 맞아 다시 사장직에 복귀했다.
이 사장이 건강을 미처 회복하기도 전에 다시 경영을 맡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MS의 행보에서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 MS는 올해 말 내놓을 인터넷 접속소프트웨어 '인터넷 익스플로러 7.0'에 자국어 검색기능이 들어간 주소창을 추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인터넷 주소창에 'www'로 시작하는 인터넷 주소대신 한글로 '한국일보'를 입력하면 MSN 사이트나 다른 검색 사이트에 연결돼 관련 사이트 검색 목록을 보여준다. 따라서 주소창에 한글을 입력하면 해당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서비스를 제공중인 넷피아로서는, MS의 새 소프트웨어 출시가 사활이 걸린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이 사장은 "MS가 준비중인 기능은 주소를 검색화하는 부당한 서비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미 MS에 해당 기능추가를 중지하지 않으면 법적 행동을 취하겠다는 뜻을 통보했다"며 "MS에 대해 부당이득 및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거래행위 등으로 법적 절차를 밟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특허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도 이 사장을 여전히 괴롭히고 있다. 경쟁사인 디지털네임즈의 조관현 사장이 지난 4월 넷피아를 상대로 특허권 지분 등록말소 청구소송을 내면서 현재 법적 분쟁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 넷피아와 같은 방식의 한글인터넷주소 기술을 개발한 조 사장은 다툼을 피하기 위해 2001년에 넷피아와 공동 명의로 특허등록을 했지만 2003년 조 사장이 뒤늦게 한글인터넷주소 사업을 시작하면서 기술 사용을 둘러싸고 양 사가 정면 충돌했다.
이 사장은 이처럼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한글인터넷주소 서비스를 놓지 않는다. 그는 "한글인터넷주소 서비스는 평생의 숙원 사업이었다"며 "인생의 10년을 쏟아 부었는데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한글인터넷주소 서비스사업은) 국가에서 해야 할 일을 기업이 대신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부처별로 관심도가 달라 그는 애를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 사장은 "산업자원부는 국가일류상품으로 선정했으나 정보통신부는 정책적 지원에 관심이 없다"며 "MS에 맞서 한글인터넷주소를 지키기 위해 정통부 관계자들을 만나 여러 번 국가표준 선정 등 정책적 지원을 호소했으나 묵묵부답"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 사장은 직접 발로 뛰며 어려움을 해결할 생각이다. 그는 "넷피아가 개발한 한글인터넷주소기술은 세계최초 서비스인 만큼 세계 표준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라며 "이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일한 재산은 한글인터넷주소를 등록한 55만명의 가입자들"이라며 "한글인터넷주소 지키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관련 소프트웨어 보급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95개국 80개 언어를 지원하는 자국어인터넷주소 기술을 개발한 만큼 세계 각국에 서비스 수출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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