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땅 카나에 기적이 재현될 것인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어린이 34명을 포함해 민간인 56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난 레바논 남부 카나 마을은 예수가 혼인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바꾸며 첫 기적을 행한 ‘축복 받은 땅’이었다.
기독교인들은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킨 카나의 기적은 부족한 것을 채우고 충만케 해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 예수의 능력을 보여준 사건’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기적이 있은 후 2,000년이 지난 지금 카나 마을은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폭격만 난무하는 ‘통곡의 땅’이 돼버렸다.
이스라엘 공습이 예고된 30일 레바논 피란민들은 지하 방공호에 몸을 숨기며 신의 자비를 빌었지만 그들에게 닥친 것은 무자비한 로켓 세례였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미사일발사대를 제거하기 위해 공습을 예고하며 대피령을 내렸지만 피란길이 막혀 지하실에 숨었던 민간인들은 애꿎은 피해를 입었다.
로이터 통신은 “숨진 어린이 가운데 15명이 정신ㆍ신체적 장애를 안고 있었다”고 이스라엘의 야만성을 고발했다. 자신의 몸조차 가눌 수 없던 어린이들은 화염에 검게 그을린 채 죽음을 맞았고, 비닐 다발이 그들의 무덤을 대신했다.
카나의 비극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10년 전인 1996년 4월18일.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섬멸한다는 명목으로 이곳을 공습, 민간인 106명이 목숨을 잃었다. 로켓이 떨진 곳은 공습을 피해 들어간 유엔평화유지군 기지의 피란민 수용소였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비인도적인 처사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지만 이스라엘은 “기술상의 실수였으며 헤즈볼라가 민간인들을 인간방패로 이용했다”고 발뺌했다. 당시 예후다 아미탈 이스라엘 의원조차 “신성모독”이라고 비난할 정도였다.
BBC 방송은 카나가 비극의 땅이 된 것은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카나가 레바논 남부 고지대에 위치한데다 전략적 거점인 항구도시 티레의 배후지이고 5개의 전략적 도로가 맞닿는 합류지점이라는 것이다.
참사가 발생하자 한가닥 ‘기적’의 빛이 비추기 시작했다. 카나 참사로 국제사회의 맹비난에 당황한 이스라엘은 48시간 공중폭격 중단을 발표했고, 유엔은 의장성명을 채택하고 항구적인 사태해결을 위한 결의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미국을 제외한 국제사회도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며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며 도움의 손길을 보내기 시작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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