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과 휴대폰에 이어 개인 커뮤니티 공간인 블로그마저 광고글(스팸)로 몸살을 앓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다음, 엠파스 등 인터넷 포털들이 운영하는 블로그와 카페에는 스팸이 넘쳐나고 있다. 일명 '블로그 스팸'으로 통하는 이들 스팸은 블로그 게시판에 글이 올라오면 댓글 형태로 따라 붙는다.
특히 하루 방문자 수가 수백 명 이상인 인기 블로그의 경우 하루에도 수십 건의 스팸이 게시돼 블로그 개설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블로그 스팸덧글이 신고건수로만 주당 1,000~1,200건, 다음은 카페에 게시된 스팸이 일 평균 7만건 정도에 이른다.
휴대폰, 이메일 스팸의 경우 무작위로 대량 발송되지만 블로그 스팸은 대상자를 선별해서 광고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스팸 발송자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블로그는 개설자가 관심사별로 주제를 정해놓고 만들기 때문에 방문자들 또한 비슷한 관심사나 연령,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자주 들리게 된다.
예컨대 게임 등을 주제로 다룬 블로그에는 현금 도박 사이트 관련 스팸이 몰리고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블로그에는 대부업 스팸이 집중된다. 개중에는 음란물 스팸도 있어, 미성년자 보호장치가 없는 블로그가 본의 아니게 미성년자들에게 음란물 유통 경로를 알려주는 꼴이 되고 있다.
쏟아지는 스팸에 비해 포털들의 대응책은 미미하다. 대부분 포털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특정 단어를 걸러내는 필터링과, 모니터 요원들이 일일이 블로그와 카페의 글을 살펴보고 손으로 제거하는 수작업을 병행한다.
NHN의 경우 160명, 다음은 100명의 모니터링 요원을 해당작업에 배치했으나 워낙 많은 스팸이 게시되다 보니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NHN 관계자는 "블로그나 카페에 게시되는 스팸도 휴대폰과 이메일처럼 프로그램을 이용해 수백 건의 글을 한꺼번에 자동 등록한다"며 "마땅한 근절책이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블로그나 카페에도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인터넷 포털과 언론사 사이트의 뉴스게시판을 대상으로 실명 가입후 글을 쓸 때에는 이용자번호(ID)와 필명을 사용하는 제한적 실명제를 추진하고 있으나 블로그, 카페 등 개인 커뮤니티 공간은 제외돼 있다.
SK커뮤니케이션은 싸이월드의 미니 홈피에 실명제를 도입해 스팸을 상당 부분 줄이는 효과를 봤다. SK커뮤니케이션 관계자는 "2004년 4월에 미니 홈피 방명록 등에 제한적 실명제를 도입하자 스팸성 글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NHN, 다음 등은 블로그, 카페의 실명제 도입에 부정적이다. NHN 관계자는 "네이버는 제한적 실명제를 도입했으나 블로그에 스팸성 덧글이 점점 늘고 있다"며 "실명제가 스팸 근절의 해법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신 초등학교 교과서 등에 인터넷 예절 등을 수록해 어려서부터 스팸이나 악성댓글에 대한 거부감을 심어주는게 중요하다"며 "앞으로 블로그 이용자가 점점 늘어날 것이므로 장기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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