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잠시 그쳐 모처럼 햇살이 드리운 20일 오전, 한국일보와 공동으로 의료봉사활동을 시작한 24명의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수해지역인 강원 평창군으로 향했다.
상황은 짐작보다 훨씬 더 열악했다.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토사에 파묻혀 지붕만 빼꼼하게 내민 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곳곳이 끊긴 채 휘어진 도로와 누렇게 변한 농작물을 바라보며 마음은 착잡하기만 했다.
고립지역이 많아 첫 날부터 헬기가 투입됐다. 주민들은 수마와 싸우며 얼마나 오랫동안 사람의 따뜻한 손길을 갈망했을까. 헬기를 타고 들어가 처음 만난 진부면 수항리 주민 20여명의 표정 하나하나가 아직도 선명하다. 그들은 폭우와 산사태로 폐교가 되다시피 한 거문초등학교에 모여 임시구호품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도로가 이어진 곳에는 직접 차를 몰고 찾아갔다. 주민들이 손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릴 때면 함께 울었고, 치료를 받고 안심하며 어린애처럼 좋아하는 모습에 함께 웃었다. 대부분 퇴행성 관절염으로 무릎과 허리가 아파 고생하는 노인들이 많았지만 수해로 인한 정신적인 충격에 고생하는 분들도 적지 않았다. 심각한 폐렴 증세에 시달리는 주민을 헬기로 서울에 있는 병원에 옮겨 치료하기도 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의료진은 평창군 거문리, 용평면 백옥포리, 정선군 숙암리 등 일대를 쉴 새 없이 돌며 500여명을 진료했다. 주민들에게 드린 도움보다 우리 스스로 보람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받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다. 당초 26일까지로 예정된 일정을 30일까지 연장한 것도 그 때문이다. 수해로 인한 상처가 하루빨리 아물기를 소망할 뿐이다. 주민 여러분 힘내세요.
송형곤 삼성서울병원 의료지원단 부단장ㆍ응급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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